與, 일단 환영 속 동의는 미지수
민주당은 20일부터 24일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을 전당원투표에 부쳐 전체 투표 대상자 14만7128명(지난 1년간 한 차례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 중 51.9%(7만6370명)가 투표에 참가해 67.7%(5만1729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정당사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당론을 전당원투표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당공천 폐지 현실화하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실제 선거에서 실현되기까지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앞으로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당표방 허용 범위,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 등 세부 협의가 필요한 사항도 많다.
특히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싼 위헌 논란과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의 의회 진출 장벽 등 반대 논거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여야 협의 과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기초자치선거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가 제안한 ▲여성명부제 도입 ▲정당표방제 도입 ▲기호제 폐지 등 대안을 토대로 협상안을 만들 계획이다.
여성명부제는 기초의원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대신 여성만 입후보가 가능한 제도를 새로 만들어 지방의회 정원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취지다. 김한길 대표는 “폐지 반대 의견을 준 당원들의 진정성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여성의 의회 진출을 담보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보조를 맞추느냐다. 민현주 대변인은 일단 “민주당의 폐지 결정에 환영을 표한다”며 “당 정치쇄신특위에서도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천제도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의원총회와 당협위원장 회의 등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최선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 따라 4·24 재보선에서 무공천을 실시한 바 있지만,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아 폐지 당론을 결정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합의가 지연된다면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의 도도한 흐름이 있어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관련법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법개정이 안 되더라도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무공천을 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결연한 金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전당원 투표 결과 가결된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민주당이 20∼24일 동안 실시한 전당원투표에는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4만7128명 중 절반이 넘는 7만6370명이 참여했다. 배재정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깜짝 놀랄 만한 투표율”이라고 할 정도로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폐지안 찬성률은 67.7%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 관계자는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정치권과는 달리 당원들 저변에선 폐지 공감대가 넓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김 대표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애초 당내에서는 전당원투표를 ‘모험’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투표에서 폐지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지도부 불신임’ 수준의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당원 총의를 모아 ‘폐지안’을 관철함으로써 ‘김한길표 당 혁신’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당원 전수조사를 통해 유령당원을 걸러낸 것을 시작으로 당원들이 주요한 당 정책을 직접 결정한다는 ‘당원 중심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표도 “당이 독점하고 있는 주요정책결정 권한을 당원에게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게 됐다”며 “당원 생각을 존중하는 의사결정으로 과거 계파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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