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1만3000여명 퍼레이드, 무인타격기 등 300여종 공개 대규모 열병식으로 정점을 찍은 북한의 올해 정전 60주년 행사는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을 맞아 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가졌다. 북한이 정전 기념일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날 열병식 주석단에는 김 제1위원장 바로 왼쪽에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이 섰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희·김기남 당비서 등이 함께했다.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제1위원장이 리 부주석과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에서 탈피하기 위해 북·중 관계에 공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열병식 때 직접 연설했던 김 제1위원장은 이날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육성연설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대신했다. 그동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따라 하기에 열을 올렸던 데서 ’자기만의 색깔 찾기’에 나선 모양새란 분석과 함께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또 과거와 달리 최 총정치국장 연설 등에서 ‘핵 억제력 강화’ 등의 언급을 하지 않아 중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북한은 이날 열병식 행사를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방송 매체를 통해 2시간가량 생중계했다.
27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서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맨 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KN-08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KN-05(S-300)·KN-06 지대공미사일, SA-2·3 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도 등장했지만 처음으로 공개된 신형무기는 없었다. 다만 ‘방사능 표식’을 하고 배낭을 멘 부대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정부 소식통은 “이 부대는 작년 4월에도 같은 복장으로 나왔으나 방사능 표식을 하고 배낭을 멘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이 나름대로 휴대용 핵무기도 개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행동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병진 선임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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