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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광풍] “쌍둥이도 수십만원짜리 교구 따로 사라니… 해도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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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06 02:33:21 수정 : 2013-08-08 09: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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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도넘은 횡포… 소비자 우롱 “어머니, 첫째와 같은 교재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둘째는 새로 구입하셔야 해요. 쌍둥이도 교재 두 질을 사야 해요. 대신 40% 할인해 드릴게요.”

얼마 전 둘째 아들에게 한글학습지 방문수업을 시키려고 학습지 본사에 전화를 한 강정아(39)씨는 상담원의 안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첫아이 때 산 교재가 있어 둘째도 같은 방문수업을 시키려고 했는데, 같은 교재를 또 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주 1회 15분 수업에 월 5만원 안팎의 방문수업비를 별도로 내는 데도 30만원이 넘는 교재비를 또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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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쓸 수 없는 수백만원짜리 교구

방문교사 수업과 연계된 인기 영유아 교재·교구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동생 등 직계가족조차 같이 쓸 수 없도록 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5일 인기 영유아 학습지와 교재·교구 업체를 취재한 결과 H사는 매달 방문수업비를 내더라도 30만원대의 교재를 동생 등 직계가족에게 물려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선호도 1∼3위인 P사, M사, G사와 영유아 영어전문교육업체 E사 등의 교재교구비는 단계별로 100만원이 넘어 3∼5단계를 다 구입하면 5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직계가족 외에 사촌 등 친지에게서 물려받으면 방문수업을 받을 수 없다. 방문수업비를 별도로 월 5만∼12만원 내는데도 중고제품으로는 방문수업은커녕 학원수업도 받을 수 없다.

이들 고가의 교재교구 업체들은 본사 영업사원을 통해 제품을 구입해야 회원으로 등록해주고, 회원만 방문수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1년6개월로 구성된 과정에 교재와 방문수업 비용까지 합하면 지불해야 하는 돈이 수백만원에 달해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가정에서는 정품 대신 중고 제품을 구매한 뒤 프리랜서 교사를 수소문해 수업을 받기도 한다. 또 비슷한 수요를 가진 부모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모여 교수법을 익히고 공유해 직접 자녀를 가르치기도 한다.

학습지 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학습지 지국장은 “같은 업계 종사자가 봐도 솔직히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요즘 자녀가 한 명인 가구가 많은데 수십만원도 아니고 수백만원씩 하는 교구를 한 명만 쓰고 버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H학습지 홍보 담당자는 “본사 제품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제품으로 스티커북이나 카드가 많다”면서 “한 번 썼던 제품을 쓰면 아이가 재미없어 하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방문’ 없는 방문학습지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유아용 교재 관련 민원은 연평균 800∼1000건에 달한다. 여기에는 일부 방문학습을 제외한 교육 서비스는 빠져 있다. 유아용 교재와 관련된 민원은 주로 환불 규정에 관련된 것들이다.

비싼 교재·교구를 구입했는데 정작 방문교사를 보내주지 않아 수업이 이뤄지지 않거나, 방문판매원의 강권에 못 이겨 구매했는데 환불을 안 해줄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이다. ‘책 살 돈이 없다고 하자 방문판매원이 돌반지와 은수저 등의 집기들을 대신 가져가버렸다’는 피해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한글 학습지를 구매했다가 피해를 본 주영은(37)씨는 “수십만원을 주고 한꺼번에 교재를 샀는데, 본사에서 교사가 없다고 몇 달간 보내주지 않았다”면서 “그 사이 아이는 혼자 한글을 뗐는데, 한두 번 수업했다고 환불을 안 해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유아 사교육시장은 유치원이나 입시학원처럼 교육부와 교육청의 단속을 받지도, 어린이집처럼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지도 않는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값비싼 교재·교구도 소비자보호법 8조에 따라 품목별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제품의 기능상 하자와 환불 등에 국한돼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도 방문수업이나 고액의 유아 대상 영어·놀이학원의 부실교육 등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세계일보가 이 같은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 영업방식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묻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거래과, 서비스감시과 등 4개 과에 문의했지만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과에 알아보라”는 대답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

공정거래위 김재중 시장감시국장은 심지어 “업무가 넘쳐 죽겠는데, 그렇게 작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어떻게 들여다보나. 살펴볼 게 많을 것 같은데 작은 시장이라 그냥 갈 수도 있다”며 “정확한 내용은 소비자상담실에 알아보라”고 했다. 소비자보호원 상담사는 “약관에 관한 내용이라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당국이 팔짱 끼고 손 놓고 있는 사이 사교육업체들의 횡포는 날로 대담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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