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식구’ 서울우유와 대립각… 2년 전에도 인상폭 축소 ‘총대’ ‘원유(原乳)가격 연동제’에 따른 우유값 인상이 안갯속이다.
우유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소비자단체의 입장차가 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유값 인상의 칼자루를 쥔 농협 하나로마트가 우유제조업체들과 인상률을 놓고 큰 이견차를 보이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21일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우유 공급업체와 가격 인상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 조율이 안 되고 있다. 아직 공급업체와 구체적인 협상 날짜도 잡힌 게 없다”며 “이번주도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우유제조업체는 원유가 인상에 따라 유제품 가격을 ℓ당 250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가 주장하는 ℓ당 150원보다 더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2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우유값 인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은 대형마트가 훨씬 앞서지만 정부를 대신해 칼자루를 쥔 하나로마트가 내리는 결정을 따라가야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는 우유값 인상 반대를 ‘자체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고, 하나로마트가 그런 농협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물가안정에 나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상에 반대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1년 8월에도 서울우유가 우유값을 200원 올리려고 했지만 하나로마트가 반대해 150원 인상에 그친 적이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서울우유, 하나로마트 제각각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는 ‘NH농협’이라는 똑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서도, 이번 우유값 인상을 놓고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2000여명 낙농 조합원으로 이뤄진 협동조합이자 농협의 회원조합이다. 하나로마트도 농협의 대표적인 유통 업태다.
이처럼 ‘농협’이라는 ‘한 지붕 두 가족’이지만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는 우유값 인상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서울우유와 1대1 거래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유통채널과 관계하다 보니 서울우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우유값을 올리려던 서울우유는 전날 하나로마트가 가격인상을 거부하자 당초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 농협, 정부가 우유값 인상의 꼬인 실타래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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