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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52) 방콕 국제방산전시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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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12 20:09:44 수정 : 2013-11-25 14: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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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t급 최신형 호위함 첫 수주… K-9자주포·경공격기 등도 관심
印尼 등 동남아 무기 수입 급증… 국내 16개 업체 ‘전시부스’ 설치
1·4 후퇴를 하루 앞둔 1951년 1월3일 태국 호위함 ‘쁘라새(HTMS Prasae)호’와 ‘방빠꽁호(HTMS Bangpakong)’가 동해로 출동했다. 그러나 1월7일 아침 쁘라새호는 거친 파도에 휩쓸려 38도선 북쪽 16㎞ 지점(속초 인근 해안)에서 좌초되고 말았다. 쁘라새호 구조에 나섰던 태국 해군 2명이 전사하고 23명이 부상했다. 태국 제95기동함대 사령관은 좌초된 쁘라새호를 고쳐 다시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우리 해군에 쁘라새호 격침을 요청했다.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이역만리 전장에 투입됐던 쁘라새호는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됐다. 태국은 6·25전쟁 당시 육군 1개 대대, 함정 2척, 수송기 3대를 파견했다.

그로부터 62년이 흐른 지난 8월, 국내 방산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태국 해군 사상 최대 규모(5억달러)인 3700t급 최신형 호위함(1척) 수주에 성공했다. 전 세계 13개 업체와 경쟁해 따낸 쾌거였다. 현재 태국 해군은 한국전 참전 중 침몰한 플라워급 쁘라새 1번 호위함을 기리기 위해 새로 사들인 호위함의 이름을 ‘쁘라새’로 명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정호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해군 준장)은 “60여년 전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2척의 호위함을 보냈던 태국에게 우리가 신세를 갚는 셈”이라며 “내년에도 1척을 추가 수주해 태국과의 군사협력을 더욱 긴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국 태국, 한국 방산수출 주요 대상국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집중됐던 한국의 동남아 방산수출 시장이 태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2006년 군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노후장비 현대화에 나선 태국은 최근 해양 경계선과 자원 개발을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면서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태국 방콕 ‘임팩’ 전시장에서 열린 ‘디펜스&시큐리티 2013’ 국제방위·안보 전시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태국 군부의 실세인 따농삭 아삐락요띤(60) 국방차관과 쁘라윳 찬오차(58) 육군사령관은 첫날 개막식 직후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가장 먼저 찾아 자신들이 수주한 호위함에 애착을 보였다. 태국 야전지휘관을 두루 거친 쁘라윳 찬오차 사령관은 옆 삼성테크윈㈜ 부스에 들러서는 K-9 자주포와 차륜형 105㎜ 곡사포에 관심을 표명했다.

태국은 현재 한국과의 수자원 협력을 발판으로 국방 분야에서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류는 박근혜정부 들어 잉락 친나왓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산 무기는 후속 호위함 말고도 214급 잠수함과 K-9 자주포, 차륜형 105㎜ 곡사포, FA-50 경공격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FA-50의 경우 태국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측에 구매의사를 타진해 현재 협상 중이다. 1차 사업분으로 FA-50를 9대를 먼저 도입하고 나머지 7대를 T-50(무장이 없는 순수 훈련기)과 FA-50을 혼합해 살 것인지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사될 경우 인도네시아(T-50 16대)와 필리핀(FA-50 12대) 수출에 이어 세 번째가 될 수 있다.

태국 방산전시회에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용대 국방부 전력자원실장은 “양국 간 협력관계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잉락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더욱 긴밀해졌다”면서 “여기에 태국 정정(政情)이 안정을 찾으면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동남아 방산시장의 새로운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따농삭 아삐락요띤 국방차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4일 태국 방콕 ‘임팩’ 전시장에서 열린 ‘디펜스&시큐리티 2013’ 국제방위·안보 전시회의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아 태국에 수출될 최신예 호위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남아, 한국 방산 수출 블루오션


최근 동남아 국가들은 인근 국가들과의 영유권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급변하는 세계무대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급속하게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각종 무기류 수입 규모는 최근 5년 동안 8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고 싱가포르는 146%, 말레이시아는 무려 722%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질세라 태국 역시 자국의 군사력 증강에 힘쓰는 모습이다.

국내 방산업체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장갑차와 군용트럭, 탄약류 등을 포함해 1억40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태국의 경우 우리 방산업체가 올해 호위함을 수주하기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포탄과 탄약류(1560만달러)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이뤄낸 방산수출 실적이 23억53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남아는 아직도 미개척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 세계 50개국 400여개 방산업체가 참여한 디펜스&시큐리티 2013 전시회에 국내 업체로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테크윈, 한화, 풍산 등 16개사가 부스를 마련해 국산 방산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동인광학’은 세계 최초로 대구경(12㎝×7㎝) 도트 사이트(조준경) 기술을 적용한 중화기 등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도트 사이트는 사각 조준경 내에 표시되는 빨간점을 통해 목표물을 맞힐 경우 곧바로 사격이 가능하게 돼 있다. 조준선 정렬이 필요 없어 사격속도가 빠르고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동인광학 이용욱 이사는 “기술 검증이 까다로운 미국의 외국제품 비교시험평가제도(FCT)를 통과해 2005년부터 미 육군과 해군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선박 전문회사인 ‘보고’는 올해 국내 최초로 수상 및 수중 항해가 가능한 침투정을 개발해 중동과 동남아 등 해외수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방콕=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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