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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키스톤 XL 프로젝트’ 찬반 논란

입력 : 2014-03-02 22:53:29 수정 : 2014-03-03 00: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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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에는 최저임금밖에 없다. 그것 말고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승인이나 국유지 원유 굴착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주지사 40여명이 만난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2016년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진달 주지사처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은 최근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상한 조정과 연계해 처리하려고 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이다.

특히 미 국무부가 지난 1월 31일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제발전 기여” vs “온실가스 증가”

2일 캐나다 에너지회사인 트랜스캐나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키스톤 XL 송유관은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원유를 함유한 모래와 암석) 생산지인 하디스티에서 미국 네브래스카주 스틸시티를 거쳐 텍사스주 휴스턴과 포트 아서까지 2678㎞를 잇게 된다. 기존 키스톤 송유관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새 송유관을 건설하고 멕시코만 정유업체까지 원유를 보내기 위한 53억달러(약 5조6577억원)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이다.

키스톤 XL 송유관의 남쪽 구간(오클라호마주 커싱∼텍사스주 휴스턴 및 포트 아서)은 이미 건설해 지난해부터 운영에 들어갔으나 북쪽 구간(스틸시티∼커싱)은 국경을 지나는 탓에 미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키스톤 XL 송유관이 건설되면 미국 경제에 34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효과가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에서 원유 수입을 40%까지 줄일 수 있어 미국 에너지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정부는 2008년 9월 트랜스캐나다사가 제출한 건설계획이 승인되지 않으면 캐나다 동·서부 해안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와 몬태나주는 셰일 오일의 주요 생산지역인 바켄 유전을 더욱 개발할 수 있어 송유권 건설사업에 적극적이다. 텍사스주 정유업체들은 원유 정제 능력을 향상시켜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노동자 조합인 국제엔지니어조합(IUOE) 등 일부 노조는 건설기간에 일자리 1950개가 창출되는 점을 들어 찬성하고 있다.

반면에 환경운동가들은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이 오일샌드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무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도 키스톤 XL 송유관을 통해 매일 수송되는 83만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면 연간 자동차 570만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결론지었다.

시에라클럽, ‘350.org’ 등 환경단체들은 또한 송유관 건설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져 미국의 대체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유관이 지나갈 지역의 지주와 목축업자들은 송유관이 6개주를 거쳐가는 만큼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환경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아칸소주 메이플라워에서 엑손모빌의 송유관이 파열되면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중간선거 맞물려 정치적 논쟁 커질 듯

미 정부가 송유권 건설사업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국무부의 환경영향평가와 관계기관 의견수렴 등을 통한 국익 평가를 거쳐야 한다.

지난 1월31일 국무부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만큼 오는 8, 9월이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남는다.

공교롭게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11월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치적 논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키스톤 XL 송유관이 건설되지 않더라도 같은 양의 원유가 시추돼 철로로 운송될 것이므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철도나 트럭, 바지선을 이용한 수송이 온실가스 배출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주지사들과 만남에서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에 대해 “수개월 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월 한 차례 송유관 건설 사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적 있다. 재선을 앞둔 정부가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트랜스캐나다 측은 2012년 5월 환경적으로 민감한 네브래스카주 샌드힐스 지역을 피하는 노선으로 바꿔 다시 제출했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한테서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상원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건설사업 지지 결의안이 62대 37로 가결처리됐는데, 민주당 의원 17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정도다.

미국 연구·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65%가 프로젝트를 찬성하고 3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월 실시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찬성(59%) 여론이 반대(18%)보다 많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하면서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사업이 온실 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무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 수순을 밟기 위한 명분을 충분히 만들어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에 도전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꾸준하게 추진한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도전이다. 송유관 건설을 허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에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협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7%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국정연설에서도 “논쟁은 이미 끝났다. 기후변화는 사실이다”며 “우리 에너지 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경유를 사용하는 중형이나 대형 화물차의 연료 효율 기준을 새로 수립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 미국 49개주, 280곳에서 송유관 건설 반대 촛불시위를 펼친 환경단체들은 존 케리 국무장관실에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며 항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대 그룹에 참여하는 이동통신회사 크레도의 베키 본드 정치담당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키스톤 XL 송유관 승인을 거절할 때까지 압력을 가하는 데 집중하고 기후변화에 시급히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확신시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 국무부 보고서가 나왔다고 해서 송유관 허가 승인이 반드시 신속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최종 결정 과정이 더 지루할 것이며 대통령 승인도 불확실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컨설팅사인 유라이사그룹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까지 송유관 사업을 승인할 가능성이 75% 정도”라며 “다만 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질질 결정을 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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