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19일 하루에 보인 행태다. 20일자 세계일보 1·3면의 ‘SM엔터, 수백억 역외탈세 포착’ 보도와 관련해서다. 취재과정에서 SM 홍보책임자에게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책임자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SM엔 국세청과 관련된 어떤 일도 없다”고도 했다. 야심한 밤, SM 재무책임자가 연락해왔다. “거짓말을 해 죄송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내부에 혼선이 있었다. 이대로 보도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읍소했다. 세무조사 사실이 보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급했던 듯했다. 회사 입장을 번복하는 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조현일 경제부 기자 |
하지만 날이 밝자 SM은 20일 아침 ‘역외탈세 등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다. 2009년에 이은 정기세무조사다. 소문에 의한 추측은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뿌렸다. 피감기관이 무슨 근거로 ‘사실무근을 확신’하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후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라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기업이 한국을 대표하고 한류를 이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국세청 주변과 업계에선 SM 경영과 관련된 내부알력설, 최대주주인 이수만씨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사정당국 내사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의 SM을 만들어준 이는 대중이다. 그들이 스타에 환호하고 기획사를 동경한다고 해서 그들의 눈도 쉽게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신뢰를 얻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조현일 경제부 기자 con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