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와는 별개” 선그어 26일 오전 3시17분(현지시각)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미국인 우주인 스티븐 스완슨과 러시아 우주인 알렉산데르 스크보르초프, 올레크 아르테미예프 3명을 태운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가 불꽃을 내뿜으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솟아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기류가 확산하는 가운데 양국 우주인들이 ‘한 배’를 탄 셈이다. 찰스 볼든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협력 관계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와 우주협력은 별개라며 겉으로는 태연한 체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주 산업에서 러시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글로벌포스트는 이날 “러시아는 제재에 대응해 미국이 좋아하지 않을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주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의 목을 조를 수 있다”며 우려했다.
나사는 2011년 우주왕복선을 모두 퇴역시킨 이후 ISS에 우주인과 물자를 보내기 위해 온전히 소유스에 의지해야 한다. 2017년에는 민간업체에 수송업무를 맡길 계획이지만 당분간은 대체 수단이 없다. 특히 미국이 군사·과학용 위성 등을 궤도로 올려보낼 때 이용하는 애틀라스 V 로켓에 장착되는 엔진 RD-180이 문제다. RD-180은 러시아 에네르고마시가 제조한 것이다.
미국은 한 해 평균 애틀라스 V를 통해 8∼9개의 위성을 발사한다. 앞으로 2년 내 발사 예정인 위성 수도 16개에 달한다. 러시아가 RD-180을 제공하지 않으면 미국은 사실상 거의 아무것도 우주로 보낼 수 없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시리아 공습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 RD-180 공급 중단을 검토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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