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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중 “신정태 그 자체였던 나…튀지 않는 배우 되고파”

입력 : 2014-04-07 09:21:35 수정 : 2014-04-07 10: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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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얼굴이 많이 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확실히 그랬다. 이전의 뽀얀 얼굴은 없어지고 까무잡잡한 사나이 한 명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감격시대’의 김현중 이야기다.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통해 ‘꽃보다 남자’나 ‘장난스런 키스’에서의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상남자’로 거듭났다.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중국을 떠돌아야 했던 신정태는 그에게 딱이었다.

- ‘감격시대’를 본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어떤 생각이 드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또 연기를 ‘잘하는 것’이 아닌 신정태 그 자체가 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냉정해지려고 했다. 사람이라는 게 좋은 말을 듣다 보면 기분이 들뜨지 않나. 그렇게 되면 대사톤도 덩달아 올라간다. 생각을 깊게 하려 귀를 오히려 닫았다"

- 신정태 자체가 되려 했다는 말, 참 듣기 좋다.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했나?
"신정태가 밥을 먹고 걷고 그의 삶을 상상했다. 어린 신정태가 어떻게 살았을지 이미지 트레이닝 했다. 당시 신정태가 살았던 시대배경을 되도록 많이 생각했다"

- 극 중 얘기를 해보자. 정태의 선택은 데쿠치가야인가? 아니면 옥련인가?
"결과적으로 둘 다 정태와 이어지지 않았다. 한 여자는 나만 바라보고, 다른 여자는 첫사랑이었지만 애증의 관계다. 정태가 남자들에게는 리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면이 있지만, 여자를 대하는 건 서툴렀다. 그래서 둘 다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 촬영도 다 끝났는데 신정태 캐릭터에서 좀 빠져나왔나?
"드라마 촬영이 계속됐다면 원래 어제(4일)가 대본 나오는 날이다. 다른 때 같으면 침대에 누워서 대본을 읽었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할 게 없어졌다(웃음). 좀 이상한 기분도 들고 다른 사람들은 뭐 하나 궁금해서 데쿠치가야(임수향 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이전 회차 대본 읽는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아,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 ‘꽃미남’ 이미지를 좀 벗어던졌다는 생각이 들던가?
"촬영하면서 당시 시대를 사는 정태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노력했고, 분장 같은 세밀한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아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덧붙이면 손톱에 때 낀 것조차도 놓치지 않으려 일부러 손톱을 기르고 더럽게 했다. 물론 지금은 손톱을 깔끔히 자른 상태다(웃음)"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꿈꾸던 캐릭터가 ‘신정태’처럼 남자다운 거였는데 이번에 할 수 있었다(웃음). 지금의 나는 신정태를 벗어나 완전히 김현중으로 돌아온 상태는 아니다. 내 안에서 신정태를 완전히 내보내고 김현중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캐릭터를 생각해보겠다"

- 평균 시청률이 제작발표회 때 예상보다 더 높게 나왔던데.
"그때는 ‘별에서 온 그대’나 ‘미스코리아’ 같은 작품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별 기대 안 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런데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높게 나오더라. ‘별그대’와 ‘미스코리아’가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것과는 다르게 ‘감격시대’는 남성들의 눈을 잡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 남성팬들이 좀 늘었나?
"남자들은 원래 여자처럼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식당 같은 곳에 가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주시더라.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남성팬들이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


- 같은 아이돌 출신 박유천과 김현중의 액션을 비교하는 시각을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쓰리데이즈’를 다 챙겨보지는 않았다. 그 대신 (박)유천이 연기만 짜깁기한 영상을 본 적 있다. 확실히 ‘쓰리데이즈’는 현대극이고 유천이가 경호관이라는 캐릭터를 맡아서인지 절제된 연기를 하더라. 반면 ‘감격시대’ 액션에는 ‘살기 본능’이 숨어있다. 그게 차이다"

- ‘감격시대’ O.S.T를 직접 불렀는데?
"사실 더 일찍 공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에게 신정태라는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준 다음 테마곡을 들려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정태에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들으면 별 느낌이 없을 거 아닌가. 그래서 이질감 없이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쯤 노래를 공개했는데 그게 마지막회여서 조금 아쉽다. 정태의 테마곡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 노래 얘기가 나오니 SS501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당신에게 SS501은 어떤 의미인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그룹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난 그리움에 동반하는 슬픔이나 짠함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한다. SS501은 내게 즐거운 추억이다"

- 종영 아쉬움이 있지 않나? ‘감격시대’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아쉬움이라는 건 연기인생 내내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그 대신 아쉬움을 다음 작품에서 보완하면 된다. 그래야 사람이 발전할 수 있다. ‘감격시대’를 찍으면서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연기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캐릭터의 뿌리를 만들고, 배우가 나머지를 완성한다. 배우가 캐릭터를 사랑할 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 ‘감격시대’를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던가?
"모든 분이 정말 존경스럽다. 밤샘촬영이나 출연료 미지급 사태 속에서도 모두가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촬영하고. 그런 걸 보니 자기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만약 그 부분에서 화를 내면 결국 자기만 무너지는 거다. 다른 분들의 ‘내공’이 풍파 많았던 ‘감격시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 김정규 감독이 ‘김현중을 지켜봐 왔다’는 말을 한 적 있다. 호흡은 잘 맞았나?
"감독님은 자기 확신이 센 분이다. 촬영 초반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정태를 그려나가려고 해서 믿고 따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정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내 의견을 잘 받아주셨다. 내가 ‘정태라면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을 때, 그렇게 대사를 수정한 적도 있다. 난 누가 위에서 나를 누르면 잘 참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의견을 잘 받아주시고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배려해주셔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 어린 정태(곽동연 분)가 연기를 잘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초반에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대신 아역에서 성인으로 건너뛰는 ‘5년’의 시간을 많이 생각했다. 5년 동안 어린 정태가 성인이 되면서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어린 정태의 버릇을 유심히 보고 그것이 어떻게 변했을까를 생각했다. 다만 청아(김세정 분)라는 캐릭터 없이 감정을 잡아야 한다는 게 조금 힘들었다"

- 촬영 중 소화하기 힘든 대사가 있었는지?
"있었다. ‘조계 7인’ ‘영미조계’ ‘프랑스조계’ ‘정보국’ ‘공보국’ 등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애를 좀 먹었다. 쉽게 말하면 ‘간장공장공장장’ 같은 거다(웃음). 아무래도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였던 것 같다. 별거 아니었는데 사자성어도 들어가고 대사가 길어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중에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나니 말하기가 쉬워졌다"

- ‘가수’로서의 김현중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나?
"아무래도 국내에서 활동을 적게 해서 그런 것 같다. 앨범 한 장으로 방송국 한 번 돌면 끝내는 생활을 했으니. ‘열심히 앨범 만들고 왜 활동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대중을 위한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 한 발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후크송’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대중을 위해서라면 조금 맞추는 것도 낫다는 생각이 든다"

-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나?
"자극적이지 않고 튀지 않는 사람, 강한 느낌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쉽게 말하면 나를 봤을 때 어떤 드라마의 누가 떠오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를 바라는 거다.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 배우가 아니기를 바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스포츠월드 김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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