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실에선 “살려달라” 절규 “3층 선실에 바닷물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갑판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어요.” 승객 김병규(53·경기 안산시)씨는 16일 침몰선박 세월호에서 다른 승객이 커튼을 이어만든 밧줄을 던져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며 사고 당시를 되짚었다. 구조가 됐지만 김씨는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당시 3층 선실에는 자신처럼 바닷물로 차오르면서 익사 직전에 처했던 승객이 20여명에 달했다고 했다. 그는 갑판으로 올라오는 도중에 3층과 4층에서 닫힌 객실 문을 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승객들을 목격했다. 객실 문은 바닷물의 압력과 전원 차단으로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씨의 사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갑판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해 여러 차례 넘어졌다. 갑판은 이미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갑판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배가 점점 왼쪽으로 기울면서 철구조물에 부딪혀 바닥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살려달라”는 아우성 소리는 어느새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누구도 구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구조 헬기는 상공에서만 떠돌고 선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 한 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54분쯤 배 좌현이 완전히 침수됐다. 좌현에 탑승한 승객들의 탈출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좌현 쪽에 있던 승객들은 갑판과 배의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필사적인 탈출에 나섰다. 10여대의 대형 헬기와 링스헬기는 ‘세월호’ 갑판에 있던 승객만 구조했다. 정작 선실 아래에 있는 승객들의 구조는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이들을 구조하는 것은 갑판에 있던 승객들이었다.
승객들은 헬기 구조가 어렵게 되자 사는 길은 바다에 뛰어드는 게 유일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마지막 통화’를 하느라 눈물바다가 됐다. 김씨도 부인에게 휴대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주변에 있던 구조함에서 배가 너무 기울어 전복 위험이 있다며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최후 방송이 흘러나왔다. 김씨는 구명조끼를 확인하고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뛰어내리는 순간 김씨는 선실에 갇혀 있던 승객들의 아우성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진도=한현묵·한승하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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