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야합” 野 “되레 보수결집”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일 정치권의 ‘변칙 단일화’ 논란이 뜨겁다. 울산과 부산, 경기도 등에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연쇄 사퇴하자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마다 정략적인 후보 단일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전국 단위에서 실시된 사전투표제 정착을 위해 후보 중도사퇴에 따른 사표(死票), 표심 왜곡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노웅래 사무총장은 “근거 없는 음해, 중상모략”이라며 “(여당의 공세는)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과 무관하게 이뤄진 통진당 후보 사퇴를 새누리당이 보수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쟁점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후보 단일화가 실제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선거 막판의 후보 사퇴가 유권자에게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것이다. 통진당에 비판적인 중도보수층 성향상 여야 어느 쪽에 일방적인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득실 논란과 별개로 역대 선거에서 되풀이된 단일화 논란을 차제에 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통진당의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가 사전투표가 끝난 후인 1일 사퇴하는 바람에 사전투표에 반영된 유권자 표심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변칙 단일화는) 유권자를 우롱하는 짓”이라며 “앞으로 사전투표 당일 또는 하루 이틀 전에는 사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원론적으론 사전투표가 시작되면 후보자가 중도 사퇴를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진당의 국고보조금 ‘먹튀’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통진당은 이번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8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여기에 여성 후보자 추천 보조금 4억8000만원과 2분기 정당 보조금 7억원을 합하면 약 40억원을 챙긴 셈이다. 현행 선거법상 통진당은 소속 후보자들이 중도 사퇴하더라도 보조금을 한 푼도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은 후보자가 선거에 참여했기 때문에 중간에 사퇴했다고 해서 환수할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미국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가 실제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수령할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도 한국 현실에 적용할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호 정치전문기자, 김동진·김예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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