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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 K-팝 극복… 한류 콘텐츠 저변 확대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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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03 21:08:00 수정 : 2014-06-03 21: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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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김경남 한국음반산업협회장
K-팝의 위세가 대단하다. 글로벌 히트곡인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20억건 조회로 새로운 신화를 썼다. 이제 유럽·남미 등에서 한국 가요를 듣는 외국인을 만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음반 제작자들의 위상도 한껏 높아졌다. 과거 ‘보따리상’ 취급을 받던 시절을 넘어 한국문화를 해외에 수출하는 역군으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천편일률적인 K-팝 콘텐츠로는 한류의 힘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이어진다. 이제 한류와 한국 음악산업이 새 국면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다. 이처럼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산업의 중심에 있는 단체가 한국음반산업협회다. 김경남(68) 회장이 이끄는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음반 제작자들의 음원(저작인접권)을 위탁받아 신탁관리를 해주는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다. 국내 음반 제작자의 권익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K-팝을 위시한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십수년간 다양한 음반을 제작하며 음반산업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인물이다. 제작자로서, 또 온라인 음원 사이트 최고경영자(CEO)로서 한류의 세계화와 음악의 디지털화 등 급격히 변하는 음악산업의 흐름을 온몸으로 겪었다.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세계일보 회의실에서 만난 김 회장과 K-팝을 비롯한 한국 음악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우리 문화산업의 가능성은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의 성공으로 이미 입증됐다. 하지만 한류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음반 제작자로서 한류가 직면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획일화된 K-팝 시장으로 해외에서 K-팝이 아이돌 가수 음악으로 인식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음악 중에도 많은 장르에 좋은 음악이 즐비하다. 또 실력 있는 중견 가수도 많다. 이러한 음악과 가수들에게 정부 등이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과거 절찬리에 방송되던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가수들처럼 실력 있는 인물이 대중적인 노래를 들고 해외에 나간다면 어디로 진출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음악의 다양성과 독창성 부족의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한국 음악은 이미 상당한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록·발라드·재즈 등 많은 장르의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상업적 영향으로 인기 장르에만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음악콘텐츠 생산물을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이제 다양한 콘텐츠가 유통될 환경을 구축해야 할 때다. 음악콘텐츠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다양한 음악을 접하도록 지상파, 케이블 방송에서 장르와 연령대에 맞는 음악방송의 편성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연시장으로 확대되도록 중소규모의 공연장 지원 사업과 함께 각 지역 문화행사와 연계될 수 있는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한류의 인기와 함께 반한류 등 한국산 콘텐츠에 대한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음악이 해외시장에서 부작용 없이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음악콘텐츠뿐 아니라 대부분의 콘텐츠를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몇몇 메이저 음반사들이 가수 발굴 시 현지화를 위해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일본과의 정치적인 이슈와 중국의 전속계약 이슈 등이 한국 음악콘텐츠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해외 콘텐츠 소비계층은 한국 음악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이슈 등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공연행사를 기획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는 곧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좀 더 나아가 해당 국가에서 사회공헌을 위한 문화행사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도 전개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그 영향도 지속될 것이다.”

―음반시장의 변화도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음악시장의 흐름이 음반 판매에서 음원 다운로드를 넘어 스트리밍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시장의 변화가 전체 음악산업에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과거 음반 제작 시절과 같이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애써 만든 음반을 반품받아 폐기하는 일이 없어 제작비를 오히려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이용자들의 개인 성향과 기분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기계가 파악해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올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전체 음악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음반을 소장하려는 구매시장도 최근 엑소의 음반 판매량을 볼 때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아티스트는 이런 음악시장의 변화가 상업주의적인 음악문화만 부추긴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은 소비자가 일일이 선곡해 음악을 청취하는 시장이 아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미 선곡돼 있는 차트나 최신곡 리스트를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간단한 주문을 통해 청취할 수 있어 스트리밍을 선호한다. 결국 스트리밍 시장은 인기 차트 등 이용자들에게 간단히 선택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되느냐 포함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상업적 음반만 계속 알려지고 이용되는 문제가 생긴다. 협회가 여러 음악 장르의 뮤지션이 음악 서비스 사업에 포함되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전문 차트를 개발해 중소 아티스트 및 영세 음반사를 지원할 방침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저작인접권 보호 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이런 변화가 국내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1960, 7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순수 창작 음악은 얼마 되지 않았고 해외 팝송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거나, 그것도 아니면 해외 저작물을 번안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연히 ‘비틀스’ 같은 음악이 어서 빨리 보호 기간이 만료되어 마음껏 음반으로 제작해 판매했으면 하고 바라던 시절이었다. 국내곡은 해외에서도 유통되지 않아 보호 기간의 연장 필요성은 당연히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음악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창작이 급격히 활발해졌고 글로벌화에 맞춰 전 세계에 전파될 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와 결합되어 또 다른 창작물을 생산해 내고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 음악 콘텐츠가 해외에 비해 짧게 보호될 필요도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보호받는 입장에 선 것이다. 국제 수준으로 보호 기간이 연장된 만큼 우리나라 음악콘텐츠가 장래에 가질 다양한 부가가치는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국내 음악산업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산업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연예계에서 매니저 일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음반 제작을 하면서 음악산업과 연을 맺게 됐다. 나는 지금도 음반 제작자다. 예전에는 김혜림, 뱅크, 신해철, 에메랄드캐슬, 김현정 등의 음반을 만들었다. 돈도 많이 벌어봤지만 다시 음반 제작에 다 까먹었다.(웃음) 내 음악적 판단이 틀린 것도 있었고 여러 요인으로 사업이 잘 안 됐다. 그 뒤 음악관계 협회 쪽에서 일을 하다가 2005년 벅스 대표로 취임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얽힌 복잡한 시기를 현장에서 몸소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의 음악 제작 현장과 지금의 현장을 비교하면 감회가 새롭겠다.

“그전에는 아날로그 시대이니까 모든 것을 직접 녹음하면서 즐겁기도 했고 가수나 연주자들과 어우러지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아시다시피 디지털 시대라 대부분 기술과 기계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은 삭막해졌다고 할까, 따뜻한 기운보다는 냉혹한 느낌이 조금 강해졌다.”

―최근 과거의 음악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인구 구성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까 다시 옛날 음악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업계에서는 크게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실력 있는 중견가수들이 많이 컴백하면서 음악의 질이 높아지는 것 같다.”

대담=박태해 문화부장, 정리=서필웅, 사진=허정호 기자  seoseo@segye.com

■김경남 회장은…

▲1946년 서울 출생 ▲EMI 레볼루션넘버나인 대표이사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부회장 ▲MBC 표절 전문심의위원 ▲벅스 대표이사 ▲C2K 엔터테인먼트 회장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 ▲한국음반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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