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직까지 버리며 대권 교두보로 통하는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만큼 그 충격과 후유증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특히 선거 승리시 단번에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은 일단 서랍에 넣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후보는 출마 의사를 나타냈던 올해 초만 해도 90%가 넘는 높은 인지도를 무기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현직 시장이던 박 후보를 넘어서며 서울시를 '탈환'할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또 당내 경선 초반부터 친박(친박근혜)계의 물밑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크게 앞서면서 이른바 승산 있는 후보에게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까지 나타나 결국 경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던 와중에 터진 세월호 참사는 여권에 악재였을 뿐 아니라 도전자인 정 후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까지 터져 정 후보가 직접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하는 홍역을 치렀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삼아 학교 '농약급식' 논란, 박 후보 부인의 채무 의혹, 지하철 공기질 문제 등에 대해 네거티브라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총공세를 폈으나 이미 기운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 후보는 심지어 텃밭인 강남에서조차 박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을 탈환했다면 단박에 여권내 '0순위' 대권반열에 올랐겠지만 이제는 정치 생명이 끊어질 위기조차 우려해야 할 판이다. 7선의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데다 특별한 당직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 후보는 여전히 여권 내 유력한 대권 주자군에 포함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비록 선거에서 졌지만 워낙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 그나마 정 후보가 나와 이 정도로 선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지방선거의 승패는 해당 지역의 정당 지지율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통설인데 야당 지지율이 높아 지난 대선에서도 졌던 서울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와 더불어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던 만큼 향후 차기 대선 경선에서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장은 '시련기'를 거쳐야겠지만 앞으로 재·보선과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서 대중성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한 뒤 대권으로 직행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 일부 정치 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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