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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 도전하는 ‘생명 창조’… 축복될까 재앙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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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08 19:56:09 수정 : 2014-06-08 20: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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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합성 생물학 미래는
미국 과학자들이 최근 인공 유전자 암호를 이용해 지구상에 없는 외계 생명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캘리포니아주 라훌라에 있는 스크립스해양과학연구소 연구팀은 E콜라이 박테리아에 인공 DNA를 주입해 인공 유기체를 만들었다. 이처럼 신의 영역에 도전해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새로운 분야가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합성 생물학을 연구하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500여개에 이른다. 합성 생물학이 음식, 에너지 생산, 의료, 제조업 등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테러에 이용돼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합성 생물학의 현주소를 심층 진단해본다.


◆합성 생물학의 세계

합성 생물학은 생명과학 기술과 공학적 기술을 결합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설계 또는 제작하는 분야이다. 또 자연 세계에 존재하는 생물 시스템을 재설계하거나 새로 제작하는 것도 합성 생물학의 주요 영역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전자, 단백질 등을 합성해 고성능, 고효율 생물학적 시스템을 생산한다. 특히 생물학의 세계에 전기, 전자, 기계, 컴퓨터 프로그램 방법론을 적용해 인간이 원하는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합성 생물학이라 할 수 있다. 합성 생물학의 대부인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 (벤터 연구소장)는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합성 생물학 기술로 화석 연료 에너지와 농업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성 생물학은 유전 공학에서 출발했다. 유전 공학은 기존의 DNA, 세포, 개체 등을 수정, 변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합성 생물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개체를 뛰어넘어 새로운 유전자 정보를 가진 생명체를 창조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걸쳐 합성 생물학 연구 기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 연구소는 2009년 전 세계적으로 61개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세 배가 늘어나 192개에 달했다. 또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의 숫자도 127개에서 204개로 늘어났다. 미국의 50개주 중에서 39개 주와 워싱턴이 최소한 1개 이상의 합성 생물학 연구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은 이미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의약품, 합성 생물학 고무, 제트기 연료, 향수 등의 분야에서 합성 생물학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합성 생물학 분야 시장 규모는 16억달러(약 1조 6384억원)에 불과하지만 2016년까지 시장 규모가 108억달러로 10배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고 미 의회 전문지 CQ가 분석했다. 미국의 어라이드 마켓 리서치(AMR)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합성 생물학 시장 규모가 38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MR는 이 보고서에서 “많은 합성 생물학 기술이 아직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널리 상용화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화공약품, 의약품, 에너지, 농업, 응용 과학 분야에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합성 생물학 연구소가 많은 나라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의 순이다. 한국도 2012년 정부 주도로 합성 생물학 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해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이 사업에 카이스트, 서울대 등 11개 기관의 합성 생물학 분야 전문가 200여명이 참여했다.

◆합성 생물학 산업 현황

미국의 에너지부는 합성 생물학 연구를 통해 미래의 에너지원을 찾으려 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연간 3000만달러의 예산을 이 분야 연구에 쏟아부어 깨끗하고, 재생 가능하며 미국 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조인트바이오에너지 연구소(JBEI)는 E콜라이 박테리아와 합성 생물학 기술을 결합해 포도당으로부터 바이오디젤 연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ARPA-E라는 연구소는 담배 나무, 소나무, 사탕수수 등에서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연료를 추출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또 현재의 에탄올과 같은 생물체 연료보다 10배가량 열효율이 높은 전자연료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E콜라이 박테리아를 변형해 이산화탄소, 메탄 등 합성물을 생산하고, 이것을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사업도 이 연구소 프로젝트 중의 하나이다.

미국 정부는 생물체 연료 개발 등 바이오 산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첨단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이 합성 생물학이다. 듀퐁과 굿이어 타이어는 고무나무 효소와 동일한 효능을 발휘하는 ‘바이오이소플린’ (BioIsoprene)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수술용 장갑과 항공기 연료 등에 폭넓게 사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합성 고무로 천연 고무를 대체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비전이다. 합성 생물학 연구가 발달하면 기존의 석유 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미국 과학계의 전망이다. 어라이드 마켓 연구소는 글로벌 합성 생물학 시장에서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DNA 합성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57.8%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합성생물학 전문 연구소인 ‘PECCOUD 랩’ 소속 연구원들이 새로운 유전자 정보를 가진 생명체를 창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PECCOUD랩 홈페이지 캡처
◆축복과 재앙, 양날의 칼


합성 생물학은 좋은 쪽으로 이용하면 인류에게 축복을 안겨주겠지만 악용하면 재앙을 몰고 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 테러리스트가 이 기술을 이용해 생물학 무기를 만들어 대규모의 인명 살상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데 따른 윤리적 문제와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합성 생물학 기술이 몰고 올 파장을 염두에 두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철저한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버지니아대학,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등은 최근에 발표한 공동 보고서를 통해 합성 생물학 분야에 관한 미국 정부 당국의 규제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 의약품, 새로운 생명체 개발 등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가 지적했다.

환경보호단체는 합성 생물학이 산업 용도로 사용될 때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아마추어 과학자가 인터넷 등에서 관련 정보와 기술을 얻어내 환경 재앙을 몰고올 실험을 할 수 있고, 이 같은 기술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자연에 방출된 하나의 미생물이 생태계와 먹이 사슬 및 생물의 다양성 시스템을 바꿔놓을 수 있고, 새로 만들어진 유기체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유전자 변형이 이뤄져 새로운 유기체로 변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하나의 합성 유기체가 만들어지면 이를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연간 50만달러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합성 생물학 연구로 인한 위험 요소와 환경 오염, 안전 및 안보 위협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합성 생물학의 발전이 몰고 올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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