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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변화와 미래의 농업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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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10 21:52:19 수정 : 2014-06-10 23: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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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 시절을 잠시 회상해 보자. 넉넉지 않은 시골 살림이었지만 온 마을이 놀이터였고 손만 뻗으면 자연이 주는 싱싱한 먹을거리가 지천이었다. 뚜렷한 사계절은 저마다 특색이 있는 계절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봄, 여름 구슬땀 흘려 농사지으면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오고 논과 밭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엔 부모님들은 내년 농사를 계획하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일정하던 계절변화가 수상쩍다. 늦은 봄에도 폭설이 내리고 태풍이 연달아 불어닥치며, 또 가뭄과 폭우로 애써 농사지은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등 기상이변으로 농민의 근심은 더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예견하는 국제조직인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의하면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를 증가시킨 인간 활동에 의해 지구가 계속 더워졌고 이 상태라면 앞으로 2100년까지도 이러한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날씨의 장기적인 경향을 기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 속하며, 오랫동안 온대기후에 적합한 농작물을 재배했고 우리의 밥상은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농산물로 차려졌다. 날씨는 세상의 온갖 인간 활동에 영향을 주지만 그중 농사일은 날씨가 그해의 풍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기후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에서도 미래 우리 땅에서 먹을거리 생산이 어떻게 될지 미리 예측해야 한다. 즉 지금 재배되는 작물이 어디에서 잘 재배될 수 있을지, 생산량이 어떠할지, 병해충 피해는 어떻게 될지 등을 예측해야 한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작물재배지 재설정,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이나 재배기술의 개발, 새로운 작물의 도입 등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과나 배 등 과실나무는 한번 심으면 30∼40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자라기에 재배 적지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미래 기후 조건을 예측하면 서리피해나 동해 등 기상재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전자기후도,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정밀토양도, 작물생육모형 개발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전자기후도의 활용은 미래 농업 전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을마다 또는 농장마다 기후정보를 세밀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농장 맞춤형 농업기술 서비스의 바탕으로도 쓸 수 있고, 안전과 관련해 태풍이나 홍수 예방 등 방제정책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다. 건축할 때 냉난방 설계나 토목공사할 때 겨울철 땅이 어는 시기 등도 예측 가능하다. 이 전자기후도의 원본자료는 책으로 몇 권이 될 정도로 방대한데, 정부3.0 핵심과제인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성화를 위해 웹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미래 국민 먹을거리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리나라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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