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인 헤시 태프트 교수가 자신이 아기일 때 ‘가장 아름다운 아리안족 아기’라고 소개된 나치당 잡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텔레그래프 제공 |
인종학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나치 독일이 아리안족의 이상적인 혈통이라고 널리 선전한 아기가 사실은 유대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헤시 태프트(80) 미국 뉴욕의 한 대학 교수(화학)는 최근 이스라엘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 기념관에 한 아기 사진을 표지로 한 나치당 잡지를 기증했다. 나치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는 제2차 세계대전 내내 치열한 공모 끝에 당첨된 표지사진 속 아기가 이상적인 아리안족 혈통이라며 엽서 등을 통해 널리 유포했다.
태프트 교수는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사진 속 아기가 태어난 지 6개월된 자신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가 라트비아 출신 유대인 혈통이라는 점이다. 태프트 교수의 부모는 성악을 전공한 야곱·폴린 레빈슨스이다. 이들 부부는 직업을 찾아 1928년 독일로 이주했다. 하지만 곧 나치의 집권으로 오페라회사에서 쫓겨나 가정방문 판매원으로 일해야 했다.
태프트 교수 어머니는 1935년 베를린에서 유명한 사진가였던 한스 발린을 찾아가 딸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폴린은 수개월 뒤 나치당 잡지인 ‘존네 인스 하우스’ 표지에 자신의 딸 얼굴이 ‘이상적인 아리안족 아기’라고 소개된 것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발린에게 따진 결과 “나치를 조롱하고 싶어 일부러 유대인 아기 사진을 ‘가장 아름다운 아리안족 아기 찾기’ 콘테스트에 제출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부모와 발린이 태프트 교수 존재를 철저히 감춘 결과 다행히 나치 치하에서 이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태프트 가족은 이후 게쉬타포의 검거를 피해 프랑스, 쿠바, 미국을 떠돌았다. 태프트 교수는 “그간 철저히 감췄던 역사적 사실을 밝힘으로써 나치를 향해 만족감 비슷한 약간의 복수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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