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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만으로 1차 예방 가능합니다”

입력 : 2014-07-06 20:29:32 수정 : 2014-07-06 2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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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희 교수가 밝히는 치료·예방법 흔히 ‘암’ 하면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힘든 무서운 병을 떠올린다. 그런데, 암 중에는 발생 원인을 거의 다 규명해 백신 접종만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여성의 자궁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갑상선암과 더불어 한국 여성을 괴롭히는 3대 암으로 꼽힌다. 경기 수원에 있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와 만나 자궁경부암 예방·치료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윤 교수는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여성이 건강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최근 출범한 ‘건강한여성재단’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자궁경부에서 시작하는 암입니다. 전 세계에서 여성이 암으로 사망하는 순위 중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죠.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 질환입니다. 한국도 하루 평균 10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3명이 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자궁경부암 예방·치료를 위한 ‘퍼플리본’ 행사에 참여한 의료진이 젊은 여성들에게 예방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궁경부암은, 윤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류가 발병 원인을 확실히 알고 있는 암”이다. 사람의 유두(젖꼭지)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에 침투해 암으로 발전한다. 약 100종의 HPV 가운데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유형은 30종 안팎이고, 그중 HPV 16형과 18형이 자궁경부암과 특히 관계가 깊다.

“HPV는 사람 사이에 옮겨집니다. 여성 본인은 HPV가 없어도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될 수 있죠. 자궁경부암의 약 93%가 HPV 감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HPV 감염을 차단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잖아요.”

성관계 후 여성 생식기에 출혈이 생기면 자궁경부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암이 진행될수록 출혈이나 분비물 양이 증가한다. 허리 통증이나 악취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만약 성관계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면 콘돔 같은 피임도구로 HPV 전파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윤 교수는 “콘돔 사용으로 HPV 감염의 차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나,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도입한 ‘암 예방’ 개념에 따르면 1단계 예방은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 2단계 예방은 조기 진단으로 일찍 발견하는 것입니다. 암을 치료하는 3단계는 가장 낮은 수준의 방법이고요.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30세 이상 여성에게 매년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관계를 시작할 나이가 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WHO가 자궁경부암을 ‘근본적으로 1차 예방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암’으로 보는 것도 백신 접종 때문이죠.”

윤주희 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현재 ‘서바릭스’와 ‘가다실’ 두 제품이 출시돼 있다. 백신 종류와 접종 방식 등은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면 된다. 접종은 9세부터 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여성의 첫 성관계 연령을 감안해 15∼17세를 최적 접종 연령으로 권하고 있다. 이미 성생활을 시작한 20∼40대 여성도 백신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 예방이 가능하다.

윤 교수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혼전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자궁경부암은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커져 임신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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