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주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제작 하리마오픽쳐스/(유)해적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올 여름 남녀노소 관객을 잡을 단 하나의 ‘코믹 액션 어드벤처’로 손꼽히는 작품.
김남길과 손예진이 드라마 ‘상어’(2013) 이후 두 번째 연기 앙상블을 펼쳤다. 누구나 흔히 상상하는 러브라인이 아닌, 마치 물과 기름처럼 결코 어우러질 수 없는 ‘산적과 해적’으로 두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했다.
그런데 진지한 해적단 대단주 여월 역의 손예진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가지 가볍고 유쾌한 산적 장사정 역을 맡은 김남길의 ‘변신’이 놀랍다. 어쩌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그의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놀라시더라고요. 포스터만 보시고 제 역할이 무섭고 거칠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동안 제가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서 그럴 거라 미리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웃겼다, 코믹했다고 얘기해주시니까 그냥 기분 좋아요.”
“우선 시나리오가 유쾌했죠. 비린내 싫어하고 배멀미 심한 해적이 있다? 이 얼마나 웃겨요. 다만, 이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해낼까.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 모두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100% 구현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시나리오가 진짜 구현되는 순간,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힘 빼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봐요. 공익근무하면서 연기에 완전히 손 떼고 있다가, 드라마로 복귀했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았아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느꼈고, 많은 딜레마에 부딪혔죠. 다시 출발선 상에 선 듯한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때 선택한 작품이 바로 ‘해적’이었어요.”
‘해적’은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제작 전부터 입소문을 모은 작품으로, 김남길은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를 연상시키는 가벼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장사정을 탄생시켰다. 순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대작에 ‘캐리비안의 해적’과의 비교라니, 주연을 맡은 김남길의 부담감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대작이라는 부담감은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웃음)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시나리오 내용을 구현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제작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점에 있어 감독님이 타협한 부분이 많았어요. 이 만큼의 CG와 영상이 나올 수 있었다는 데 많은 분들이 기적처럼 생각하고 있죠. 장사정은 조니 뎁 같은 밝고 경쾌한 느낌에 우리 정서에 맞게 나라나 형제를 지켜야 하는 애국심이나 의협심 같은 걸 첨가한 인물이에요. 잭 스패로우를 한국적으로 바꾼 캐릭터라 보시면 돼요. 성격이 다소 비슷할 분이지, 따라했다거나 같은 캐릭터는 절대 아니에요.”
“소집해제하고 ‘상어’ 찍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0년 넘게 꾸역꾸역 연기를 해오면서, 적성도 안 맞는데 그냥 버티기만 한 건가? 그런데 촬영장에서 형님, 동생들과 얘기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박철민 선배님은 제게 ‘흔들릴 때마다 있는 그대로 극복해라’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리고 어느 날 방정리를 하다 문득 깨달았어요. 어릴 적 연기가 무작정 좋아서 도전했던 시기가 떠올랐죠. 이게 초심이구나 느꼈어요. 그러면서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죠.”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은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7월23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의 ‘명량’(7월30일)에 이어, 한 주 간격으로 선보이는 여름 극장가 사극 대전(大戰) 마지막 작품이란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남길은 “온가족이 극장에서 휴가를 즐기는 마음으로 시원하게 웃다 갈 수 있는 어드벤처 영화”라고 ‘해적’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현재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함께하는 하이보일드 액션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을 촬영 중이다.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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