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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제주, 온난화에 슈퍼급 태풍 내습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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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7 06:00:00 수정 : 2014-08-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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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 제주(하)
온난화에 태풍 더 세져… 슈퍼급 내습할 가능성 고조
제주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과 가뭄이 연달아 몰아치고 있다.

제12호 태풍 나크리에 이어 할롱이 세력을 넓히며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을 강타해 8000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태풍 하이옌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제주는 슈퍼 태풍인 나리(2007년), 볼라벤(2012년)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1∼3일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한라산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지난 2일 하루 윗세오름에 내린 1182㎜는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2002년 이후 하루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한라산 연평균 강수량 4분의 1의 비가 단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이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양상 중 하나로 강력한 태풍 발생을 지목한다. 특히 동북아 지역은 해수온도 증가폭이 다른 지역보다 커서 우리나라를 지나는 태풍이 이전보다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주도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제주도의회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발전위원회가 개최한 포럼에서 이종호 국가태풍센터장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최대 풍속과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며 “초속 65m 이상의 슈퍼 태풍이 제주에 내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욱 제주대 해양토목과 교수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슈퍼 태풍 내습 시 해일과 침수 피해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도는 강수량이 증가하지만 강수일 수는 적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단시일 내에 폭우가 내린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기준에 맞춰 설계된 하천과 제방 등의 시설이 더욱 강력해지는 태풍을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제주시 4개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심이 물난리를 겪은 후에 해안에서 5㎞ 떨어진 한라산 중산간 4개 지역에 빗물 저장소인 저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번 나크리가 북상하면서 쏟아낸 폭우로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한천저류지가 만수 직전까지 차오르는 등 한계를 보였다.

제주토박이인 현승철(53)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장은 “제주도는 원래 빗물 투수층이 많아 자연적으로 물이 잘 빠졌고 초지(草地)에서 흡수도 잘해 어릴 때에는 폭우가 와도 침수되는 일은 없었다”면서 “그러나 도로건설 등 개발과 감당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물난리만 겪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제주지역 6∼8월 강수량은 평년의 38%에 그치는 등 1923년 기상관측 시작 이후 91년 만에 최장(59일)의 가뭄을 겪었다. 기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8월 여름철 평균기온은 평년대비 1.6∼1.8도 상승해 192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기온상승으로 여름은 1930년대와 비교해 30일 길어지고 겨울이 36일 짧아졌다. 2000∼2009년 10년간 제주의 기상학적 겨울(9일간 평균기온 5도 이하)은 ‘0일’로 분석됐다. 제주의 여름은 2010년 약 석 달(95일)이었던 것이 2100년에는 5개월이 넘을(160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도 짧아지면서 제주도는 이제 봄과 여름 두 계절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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