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62·사진) 경성정밀 대표는 10일 경남 창원 사무실에서 “통일중공업이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과 국내 기술 평준화의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971년부터 1999년까지 통일중공업에서 근무했다.
1970년대 국내 기업들은 컴퓨터에 수치만 입력하면 그에 맞춰 자르고 모양 내 부품을 만드는 공작기계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해외에서 중고기계를 사들여오거나 직원이 일일이 크기와 모양 등을 손으로 조정해야 하는 가공기를 사용했다. 통일중공업은 기계분야에서 앞서가던 일본과 독일의 인재들을 영입했다. 이들을 통해 컴퓨터 수치제어선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수입가격의 70% 정도로 국내에서 설계, 제조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시 지금의 코엑스 전시장에서 두 달 동안 전시를 했는데, 하루에도 수천 명씩 기계를 구경하러 왔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국내 기계공업기술 발전의 가속화 출발점이었다”고 규정했다.
이후에도 통일중공업은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1980년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공구를 교환해 구멍 뚫기, 속파기, 면깎기 등 여러 종류의 가공을 기계 한 대로 할 수 있는 공작기계인 머시닝센터 국산 1호기 생산에 성공했다. 인재 영입과 육성에 힘썼으며, 100년 전통의 독일 기업을 인수해 국내로 세계 첨단기술을 들여오기도 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에서 통일중공업의 기술진들을 영입하기 시작했고, 많은 기술진이 한국 공작기계 분야 전반에 퍼져나가게 됐다”면서 “통일중공업이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통일중공업 출신 2만여명의 기술자들이 한국기계공업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이보람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