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세계 이해하는 초급간부 군생활 하면서 만나기 힘들어” “보통 간부들은 작업 잘하고 내무 생활 잘하는 병사들을 예뻐해요. 근데 실상은 간부들이 보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죠.”
강원도 인제의 한 GOP(일반전초) 부대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전역한 김모(23)씨는 지난 4월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초급 간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이모(26) 병장을 간부가 모범적인 선임으로 판단한 것부터가 재앙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건의 재판 관할이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이관됨에 따라 11일 오전 경기도 안양 3군사령부 예하부대로 윤 일병 가해 장병들이 이송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
이 병장은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담임 선생님의 묵인 아래 급우들 위에 군림한 엄석대처럼 유 하사의 비호를 받으며 부하 병사들을 괴롭히다 끝내 사망 사건의 참극을 불렀다.
강원도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한 권모(23)씨는 “이번 사건은 마치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선생님이 치켜세워 주고, 그 아이는 뒤에서 친구들을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며 “최일선에서 24시간 병사들과 생활하는 초급간부들의 자질과 전문성이 수준 이하”라고 말했다.
이제는 편안하길…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 끝에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위패(위쪽 가운데)가 국립서울현충원 충원당에 안치돼 있다. 이재문 기자 |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를 했던 또 다른 예비역 정모(31)씨는 “군생활을 하면서 병사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초급간부를 만나기 힘들었다”며 “단기로 군생활을 마치는 소대장들은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부족하고 장기의 뜻이 없는 하사들은 일반 병사보다 돈을 더 받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상병 때 병장들의 쓴소리가 있으면 후임병들을 교육시키고 갈구는 역할을 맡았다”며 “소대장이나 부소대장은 이런 부조리를 알면서도 소대가 잘 돌아가니까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2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간부들은 병사들을 이기적이고 배타적(36.3%)이거나 소극적이고 수동적(24.6%)으로 인식했다. 군 조직문화의 근저에 ‘간부는 명령하고 병사는 따라야 한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급간부의 역량 향상과 함께 간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간부를 희망하도록 양성제도, 복무 연한, 인사관리 제도를 종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초급장교의 경우에는 ROTC의 복무기간을 현재 28개월에서 최소한 24개월로 단축함으로써 우수한 대학생들을 장교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KIDA 국방운영연구센터 김원대 박사는 “간부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간부들이 병사들을 통제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소통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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