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라는 이유만으로 불시 점호, 외박 시 부모 동의 등 규정을 고집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과도한 간섭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이화여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숙사 생활안내 규정에 따르면 학생이 외박신청을 하려면 부모님 승인은 필수다. 행선지 또는 동행인의 연락처도 함께 적어 제출해야 한다.
숙명여대 기숙사는 불시에 점호도 한다. 점호할 때는 각 방의 청소 상태와 술·담배 등 반입 금지물품을 검사하는데, 방 주인이 없어도 검사는 그대로 진행된다.
숙명여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등 서울시내 대부분 여대의 평일 통행금지 시간은 오후 11시 30분이다. 이대의 평일 통금은 밤 12시다.
덕성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는 매일 점호를 한다. 서울여대는 학생이 밤 12시를 넘겨 귀사하면 다음날 이를 부모에게 알린다.
반면 남녀공학인 연세대, 성균관대, 건국대의 통금 시간은 오전 1시로 훨씬 늦고, 서울대는 통금이 따로 없다.
여대의 이 같은 엄격한 규정에 여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불필요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화여대 1학년생 김모(19·여)씨는 "외박하기 전 고향에 있는 부모님한테 일일이 전화로 허락을 받고 기숙사에 행선지, 보호자 연락처를 적어낼 때마다 내가 성인이 아니라 여전히 고등학생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학교에서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유쾌하진 않다"고 말했다.
2년 전 1년간 기숙사에 살았던 숙명여대생 권모(22·여)씨는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하거나 학교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오후 11시 30분까지 들어오기에 빠듯하다"며 "방 주인이 없는데도 내부를 뒤지는 건 인권침해 소지도 다분하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여대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부모님의 걱정과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통금 등 기존 규정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여대에 대한 호기심이 커 완전 개방 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학에서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는 학생을 시민이 아니라 아이처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사회가 여대생을 독립적인 시민으로 바라보는 것과 함께 학교도 학생들에게 자유를 보장해 주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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