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 등 전 세계는 정부 기관의 국민 감시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NSA 계약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정보당국의 광범위한 이메일·전화 등 통신 도·감청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FBI와 NSA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범죄·테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일반인의 전화와 이메일, 화상 통화 감청은 물론 인터넷 트래픽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 스트림을 감시해왔다.
고객의 통신 정보를 정부 당국에 넘겨준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린 IT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정보기관의 감시 프로그램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구글, 페이스북, MS, 링크트인, 야후 등 IT 기업들은 수개월에 걸친 정부와의 협상 끝에 올 1월 “해당 기업은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고객 정보 규모를 공개할 수 있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직후부터 ‘반쪽짜리 타협’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정보 제공 건수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최근 6개월 새 0∼999건의 정보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식으로 윤곽만을 밝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던 트위터가 ‘디지털 시대, 표현의 자유 수호자’를 자처하며 도·감청 논란에 다시 불을 지른 셈이다. 트위터는 전 세계적으로 월간 이용자가 2억7100만명에 이른다. 140자 단문을 보내는 서비스 업체인 트위터는 IT기업 중에서 정부의 감시 체제에 강력히 저항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애플도 지난 1월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6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데이터 암호를 사용자만 보관할 수 있도록 해 법무부 등 정부 당국과 충돌하고 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U)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위터는 헝클어진 인터넷 보안 원칙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당국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올바른 일을 해왔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월 합의는 ‘국가 안보’와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도출해 낸 최선의 타협이고, 트위터 역시 이 합의안에 따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송민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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