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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 역풍에 외국인 썰물…부양책 약발 다했나

입력 : 2014-10-12 20:56:42 수정 : 2014-10-12 2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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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코리아 행진’에 코스피 속절없이 추락
우울한 10월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책을 펴 끌어올렸던 코스피는 3개월 만에 약발이 다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열흘 만에 2020.09(9월30일)에서 1940.92(10월10일)로 8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변심’이 컸다. 올해 들어 매달 1조원씩 사들이던 외국인들은 지난 9월 중순 갑자기 돌아섰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외국인이 매일 평균 2000억원씩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진에 코스피는 추풍낙엽처럼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강달러·실적 둔화 등에 등돌린 외국인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126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6거래일간 805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시작된 것은 추석 이후 9월 중순부터다. 7월 4조600억원, 8월 1조8000억여원을 순매수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9월 중반 이후 8535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10월 들어서는 6거래일 만에 순매도 규모가 8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강달러’에서 촉발됐다. 9월 초까지만 해도 1010원대에 머무르던 원·달러 환율은 중순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0월 초 1060원을 뛰어넘어 10일에는 1070.5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주식 투자에서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율을 상쇄할 만큼 증시가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신흥국의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비관론도 한몫한다는 의미다. 지난 7일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110만원대로 주가가 떨어졌다. 현대차 역시 3분기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조업 전체의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또 불거져나왔다. 유럽 경제의 중심축인 독일의 8월 수출이 5년여 만에 최대치로 떨어지고 산업생산도 하락하면서 유럽 경기 전체가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피는 국지적으로 ‘북한 이슈’에도 흔들거리고 있다.

전반적인 불안 속에서 ‘당근’도 없는 상황이다. 배당 확대 정책은 몇 개월째 지지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배당에서 ‘현행 유지’ 입장을 밝혔고 현대차는 한전 부지 매입에 현금을 다 쏟아부을 판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굳이 배당 확대를 들고 나오지 않으니 주식 투자는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4분기 반전 가능성 있나

증시 전망에 관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나, 코스피의 하락세가 과도하다”고는 하지만 당장 이를 반전시킬 동력이 약해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1000억원 이상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미국과 미국 외 지역으로 양분된 경기 회복으로 당장 ‘슈퍼 달러’ 경향은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화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특히 강달러로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이 파장은 모든 신흥국의 위험자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킬 만한 ‘대형 이슈’는 없다. 다만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 등에 따라 코스피의 방향이 우상향과 우하향 사이에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당장 1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엔화 약세,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비동조화가 심한 상황에서 외환시장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높은 상황이다. 이달 발표 예정인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앞에서 증시활성화 대책은 부수적일 뿐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28∼2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경기 불확실성을 바꿔줄 만한 모멘텀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과거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와 2013년 6월 동남아, 중국 경기 침체 이슈가 있었을 때도 1∼2주 등락 변동폭이 컸지만 이후 정상궤도를 회복했다“며 “유럽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ZEW 서베이, FOMC, 한국은행 금통위 등 연이은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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