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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비로소 보이는 고독한 인생

입력 : 2014-10-16 22:01:33 수정 : 2014-10-16 22: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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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홍준씨는 파라오다’ “나는 내 인생도 빛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런 생각조차 안 했죠. 당연한 거니까.”

한국의 중년들은 쉴 틈 없이 일한다. 한눈 팔지 않고, 삶에 대한 회의나 의심 없이 매진한다.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신성한 노동을 행했으니 휴식을 취하며 추앙받아야 마땅한 중년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자식들을 키우고 결혼시키며 쌓인 빚더미에 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늘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이는 축복받은 삶일까, 아니면 할 수만 있다면 벗어나야 할 굴레일까?

홍준은 시골에서 처자식들과 열심히 살고 있는 53살 중년남이다. 농사도 짓고 포클레인 작업도 하고 목욕탕 일도 한다. 어떤 것이 주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은행 빚을 열심히 갚으면서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병이 생겼다. 홍준은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홀로 입원한다. 그동안 일하느라 갖지 못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몸이 아파서’ 갖게 된 것이다. 성한 몸으로 은행을 먹여 살리다, 병든 몸으로 병원을 먹여 살린다. 홍준은 외출 허가를 받아 서울의 거리를 걸어보고 공연을 본 뒤 창경궁을 찾아간다. 여기서 왕 중의 왕인 파라오를 만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홍준씨는 파라오다’는 자기 삶을 직시하는 순간 찾아오는 공허함을 통해 존엄성을 회복해가는 중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몸은 신의 형상을 닮았으며 내 팔은 신의 저력을 가졌다. 내 왼쪽 눈은 해, 오른쪽 눈은 달이며 오늘이 아닌 다음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근데 이게 정말 나야?”

‘홍준씨는 파라오다’(최진아 작·연출)의 주인공 남자는 늘 빚에 눌려 살고 있다. 몸이 병나는 것도 몰랐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돌보지 못한 채 무지렁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입원 기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삶에 대한 호기심과 떨림의 순간, 맹목적으로 달리지 않고 그냥 멈춰 있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만난다.

극은 삶을 직시하는 순간 만나게 되는 고독과 존엄에 대해 이야기한다. 19∼25일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010)2069-7202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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