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지목되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논란 파문이 확산되면서 여야 정치권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 자체 진상조사기구 발족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반면 여권은 ‘문서유출사건’으로 축소하며 정치적 파장 줄이기에 집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풍문으로만 떠돌던 '비선라인'의 존재가 비로소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정 씨가 어떤 방식으로 국정에 개입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또한 최종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고 보고 박 대통령이 이번 논란에 직접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정 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십상시’의 국정개입 농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내일(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엄중한 처벌 대책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한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회피하고 외면하면 정 씨를 중심으로 한 숨은 실세가 존재하며, 정 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박 대통령과의 끈을 유지하며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여당의 대응에 한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최대의 위기를 자초하기 싫으면 눈에 뻔히 보이는 검찰의 표적수사, 어설픈 책임 떠넘기기 등의 정치 공작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은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당 바깥에서 4~5명의 변호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률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부심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소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수사 결과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야당의 국회 운영위 소집과 국정조사 요구 등을 일축했다.
또한 이번 일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대변인들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한 만큼 진실규명의 열쇠는 사법당국에 맡겨지게 됐다”며 “사법당국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사실을 밝혀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도 정치공세에서 벗어나 사법당국의 수사를 기다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직원의 내부 문건 유출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고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이 문건은 허구와 상상에 기인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새정치연합이 정보지 수준의 내용을 ‘국정농단 게이트’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야당의 이런 낡은 공세야말로 국정을 농단하는 질 나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내부 문서가 유출된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검찰은 공공기록물관리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의 위반 여부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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