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가 있다면 청와대 진돗개” 농담도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오찬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부인하며 격정을 토로한 것은 감찰 문건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잡음을 차단해 여권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건 내용이 실체화하면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교체론 확산 등 후폭풍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찌라시’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며 문건에 따른 상황 전개를 ‘국정 흔들기’로 규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윤회씨와 박지만 EG회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갈등설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못박았다.
특히 3인방에 대해선 “십수년 곁에 두면서 문제 없었다”고 적극 두둔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와 따로 회동한 자리에선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들은 일개 내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인방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며 이들의 언행이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또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도 없기 때문에,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잘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살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확신에 찬 결기를 여과 없이 토로했다. 당을 향한 이 같은 메시지는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결론을 예단하는 것으로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오로지 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저는 나라를 잘 만들어보자는 목적 외에 제 개인적인 삶의 목적이 없다”며 “제가 마음속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365일 바라고 노력하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목적 외에 나머지는 다 번뇌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과장된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로지 그렇게 해 국민이 행복하고 세계 속에서 신뢰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저에게 겁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실세 논란에 대해 “실세는 없다”며 “실세가 있다면 청와대 진돗개”라고 농담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 등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예결위원 등과 오찬을 하기 위해 김무성 대표(오른쪽 두번째),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오른쪽 세번째) 등과 함께 입장하면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새누리당 의원들은 점심을 먹으며 말을 아꼈다. 비박(비박근혜) 일부 인사가 주장했던 ‘3인방 퇴진론’과 같은 언급은 없었다. 대신 참석자들은 “우리는 한 배를 탔다”, “대통령 힘내시라”며 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오찬 전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몸”이라며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속시원히 알려 오해가 풀릴 수 있도록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최근 승마협회 문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교체 의혹을 들어 “이 문제는 태권도 비리에서 시작된 것인데 왜 청와대 홍보 쪽에서 제대로 언론에 알리지 않았느냐”며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을 질타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청와대 중요 문건을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남상훈·이도형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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