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생산규모 3.28GW ‘규모의 경제’ 실현
원가 경쟁력·발전 전문성 높여 입지 강화 한화그룹이 해외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병하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의 역량을 한데 결집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에 따른 사회봉사명령을 마치고 최근 출근을 시작하면서 핵심사업 중심의 그룹 사업재편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화솔라원이 신주를 발행해 한화큐셀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룹 측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나스닥에서 이런 내용을 공시했다.
합병법인의 본사는 서울에 두고, 독일 탈하임에 있는 한화큐셀 본사는 기술혁신센터로 탈바꿈한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새로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대표이사는 남성우 한화솔라원 대표이사가 맡는다. 아울러 합병절차는 내년 1분기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합병법인은 태양전지의 핵심부품인 셀 생산규모가 3.28GW에 이르러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며 “태양광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했다. 남성우 한화솔라원 대표도 “합병법인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발전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높여 업계 글로벌 리더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경쟁 중인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한화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 독일 등지로 다각화해 한발 앞서 나갈 것으로 그룹 측은 전망했다.
한화그룹은 2010년 8월 나스닥 상장사인 한화솔라원(솔파펀파워홀딩스) 인수와 함께 증자 등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그동안 3조원 안팎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 업황이 나아져 3분기까지 흑자로 돌아섰지만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런 기조를 이어갈지는 불확실한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점으로 미뤄 이번 합병을 위기 돌파방안으로 해석한다. 합병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브랜드 파워를 키워 차세대 먹거리로 안착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화 사업 재편 가속
이번 합병은 그룹 사업재편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8월 비핵심 사업을 털어버리고, 석유화학과 태양광 발전사업, 첨단소재분야 등 3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뒤 속전속결로 재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그 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그룹의 사업 재편작업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들어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의 수직 계열화 작업을 물밑에서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에는 삼성계열사 인수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삼성계열사 인수를 계기로 본사로 출근하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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