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고민해 봤다”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작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향한 소라의 가족과 소라 가족을 위해 속죄의 삶을 사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춘자를 통해 북한 사회에서 방외자로 철저히 배제된 채 살아가는 북송 재일교포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 순수한 인본주의적 열정으로 북한을 위해 희생하는 미오의 이야기가 엮여 들어간다. 수상자 이성아(55)씨는 “어느 순간 보니 우리 사회가 북한의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더라”면서 “그 모습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우리 누이와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소설에 등장하는 북송 교포들의 에피소드와 북한의 실상은 탈북자들의 증언, 관련 문헌 등을 통한 철저한 취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씨는 “취재한 대부분의 자료는 결국 소설에 쓰이지 못했다”면서 “쓰지 못한 80∼90%의 사실이 토대가 돼야 나머지 10∼20%의 이야기가 탄탄해진다”고 밝혔다.
소설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이념적 균형. 자칫 ‘반북소설’로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반북이나 친북 같은 패러다임을 거치지 않고 인류 보편의 가치로 북한 문제에 접근하고 싶었어요. 국가가 국민에게 치졸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을 통해 소위 국가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려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새로운 필명 ‘박혜준’으로 세계문학상의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의미로 어머니 성을 따서 필명을 만들었어요.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써와서 이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다루는 큰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각오를 새로운 이름에 담았습니다.”
그 각오대로 제2의 작가인생을 살고 있는 이씨는 지금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맹렬히 취재 중이다. 그러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주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씨는 “새로운 작품도 결국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닿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1960년 경남 밀양 출생 ▲1979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입학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단편 ‘미오의 나라’ 발표하며 등단 ▲청소년소설 ‘경성을 쏘다’(2014·북멘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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