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명령에 25kg 군장 메고 신속히 진지로… 실제상황 방불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방어부대가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매서운 추위 속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반짝인다. 김범준 기자 |
지난 11일 오전 6시쯤.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10년 전 전역한 부대를 찾아와 후배 전우들과 함께 하는 훈련이다. ‘낙오를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는지 밤새 뒤척였다. 그래도 긴장해선지 정신은 또렷했다. 기자는 이전 얼룩무늬 전투복 세대로, 신형 디지털 무늬 전투복은 처음이었다. 방상내피 일명 ‘깔깔이’는 10년 전 그것과 달리 목까지 올라오는 깃이 있었다. ‘접으면 되겠지… 벌써 어리바리하면 안 되는데.’ 대충 깃을 꾸겨 넣고 방상외피(야전상의)를 걸쳐입었다. 전투복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상의를 빼서 입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며칠 동안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오전 7시, 다행히 날씨가 제법 풀려 겨울치곤 포근했다. 사단 공보장교인 강태권(25·3사 48기) 중위의 안내로 훈련을 받을 78연대 1대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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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도 대대에서 ‘불편하지만 실전적인’ 훈련 시작
위병소를 지나다 ‘차성도 대대’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보통 대대의 별칭으로 ‘백호’나 ‘들소’, ‘불사조’ 등은 들어봤지만 사람 이름은 생소했다.
사연이 있었다. 1970년 1대대 2중대의 소대장이었던 차성도 중위는 당시 소대 야간방어훈련에서 한 소대원이 수류탄을 투척하려 안전핀을 뽑다 실수로 손잡이를 놓치자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병사들을 구하고 자신은 복부파열로 순직했다고 한다. 그를 기리기 위해 대대 위병소 옆에 추모상도 세우고, 대대는 ‘차성도 대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차성도 중위가 근무했던 2중대도 ‘차성도 중대’라고 불린다. 기자가 배속된 중대였다.
부대 관계자는 “지금은 훈련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시간을 조정한다”며 “실제로도 매번 오전 6시에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현재 전쟁개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미 군 당국의 정보자산으로 충분히 전쟁 개시 전에 징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준비태세가 발령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훈련의 내실에 신경을 더 쓴다”며 “실전적으로 하는 훈련을 표방하다 보니 훈련이 불편해 아예 ‘불편한 훈련’이라는 이름도 붙였다”고 덧붙였다.
1대대장 정상협(42·육사 52기) 중령으로부터 K-2 소총을 수여받았다. 오랜만에 잡는 K-2였지만, 묵직한 느낌은 여전했다. 2중대 3소대 3분대의 3번 소총수로 배치됐다. 오전 8시. 준비태세가 발령됐다.
병사들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방송으로 나오는 상황전파 내용을 받아적고는 능숙하게 각자 군장을 메고 임무수행을 위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10년 전과 또 다른 풍경이었다. 동기생활관에 있던 병사들이 상황이 떨어지자 소대 단위로 뭉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안면위장을 실시하고 소속된 3소대 3분대를 찾아갔다.
치장물자와 식량, 탄약 등을 분류하고 각 소대의 소산진지로 이동하는 절차가 순식간에 진행됐다. 3분대장 장병덕(24) 하사의 뒤를 따라 군장을 메고 소산진지로 가서 경계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멘 25㎏의 완전군장이 어깨를 눌렀다.
이날 오후 2중대는 신형 마일즈(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제) 장비를 이용한 전술 훈련을 했다. 올해 1월 사단에 보급된 이 장비를 전술훈련에 사용하는 것은 27사단에서 2중대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27사단 78연대 1대대 공격부대소대장이 분대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야간 마일즈 훈련이 시작되기 전 분대별로 경계를 취하며 전투식량을 저녁으로 먹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전투식량만 먹어봐서, 발열체로 데워서 먹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은 무척 신기했다. 맛도 좋았다. 데워진 햄볶음밥에 볶음김치 등을 비벼서 양념소시지와 함께 먹었다. 함께 제공된 파운드케이크와 초코볼도 별미였다.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공격부대가 방어부대를 향해 목표상 전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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