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손실 연간 수십억원에 달할 듯
한국혈우재단과 환자들이 처방 확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녹십자의 ‘그린진F’가 조용히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확대해 나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업계와 한국혈우재단 등에 따르면 ‘그린진F’는 국내 첫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혈액응고8인자결핍)제제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3세대 유전자재조합제제란 제조 공정과 최종 제품 모두에서 알부민과 혈장단백이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을 말한다. 동물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알부민 대신 아미노산 3종류를 대체 사용해 보다 안전하다. 현재 3세대 제제를 제품화에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박스터의 ‘애드베이트’, 한국화이자 ‘진타’ 이후 세 번째다.
또 그린진F는 주사용수를 타 제제에 비해 기존 10ml에서 4ml로 줄여 사용 편의성도 대폭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혈우재단 관계자는 그린진F에 대해 “국내 제품의 처방을 통한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며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그린진F의 연간 처방액은 2012년 약 48억원에서 2013년 약 85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녹십자와 박스터가 공동판매 중인 애드베이트는 2012년 1분기 61억원에서 2분기 54억원, 3분기 51억원, 4분기 42억원 등으로 매 분기 매출 감소를 보였다. 국내 혈우병치료제 시장을 이끈 애드베이트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그린진F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린진F의 보험약가에 있다. 애드베이트의 보험약가는 IU당 471원, 진타는 512원인 반면 국내 제약사 보호 정책을 받아 그린진F의 약가는 652원으로 비싸게 책정됐다. 같은 3세대 제제보다도 최대 181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를 한 개의 완제품(1000IU)으로 환산하면 그린진F의 보험약가는 타 제제에 비해 14만원에서 최대 18만원이 비싸진다. 다시 연간 처방액으로 환산하면 애드베이트 대신 그린진F 점유율이 10%만 올라도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건보 재정이 투입된다. 결국 그린진F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건보 재정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는 동시에 녹십자의 수익은 더욱 발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그린진F의 보험약가를 현 신약 수준의 단계에서 더 아래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부작용이나 큰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의료진의 의학적 소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건보료 재정에 따른 약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분명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헬스팀 최성훈 기자 cs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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