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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마트폰 망국론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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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8 20:40:14 수정 : 2015-04-08 20: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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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지하철 안. 승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슨 주문에라도 걸린 것처럼 일제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책을 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본래 책 안 읽기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출판사의 20∼30%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진화로 전자책 보기가 점점 수월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터넷 지식이라는 것은 표면적으로 흘러가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창조를 촉발하는 깊은 지식이 되지 못한다. 독서가 병행되어야 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표면적이고 가벼운 지식이 현대에 더 어울린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피상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옛사람보다 할 것은 더 하고, 삶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과 수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을 두고 어떤 서구의 미래학자는 한국이 스마트폰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경고로 새겨들을 만하다. 가뜩이나 책을 잘 읽지 않는 나라가 인터넷 최강국이 되어 재미있는 것이 더 많아졌으니 책은 점점 멀어질 판이다.

스마트폰은 자신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그야말로 복합미디어다. 그 옛날 영매와 같은 존재이다. 원하는 것이 다 준비되어 있는 문화요지경과 같은 것이다. 만능해결사 역할도 한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산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나는 스마트폰 금단현상도 있다. 스마트폰을 어쩌다 분실하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이 망각되고 단절됨을 알게 된다. 친구가 얼마 전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신고센터에 가서 혹시 정보를 복원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안 되는 것이 더 많았다. 센터 직원은 불안해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아저씨는 약과예요, 요즘 젊은이들은 방방 뛰고 안절부절 못하고 손과 몸을 떠는 금단현상을 일으켜요.”

세종문화회관 후문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 “오늘부터 지하철에서 휴대폰 대신 책을 보세요. 마음이 다시 여유를 찾도록”이라는 광고가 눈에 띄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메아리가 없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다. 현대인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은 생각한다. 고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박정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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