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 엘윈 해리스 지음/김희정 옮김/부키/1만4800원 |
미국 프리랜서 작가 제마 엘윈 해리스는 두 살배기 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대답을 줄지 고민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0곳의 4∼12세 아이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봤다. 이렇게 모은 100여개 질문을 철학자 알랭 드 보통,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언어학자 놈 촘스키, 요리사 고등 램지 등 각 분야 전문가 120명에게 보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친절하면서도 기발한 답변을 보내왔다. 이를 토대로 만든 책이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원제 Big Questions from Little People)’이다.
아이들 질문에 전문가들은 어떻게 답했을까. “원자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우주 과학자 마커스 초운이 답했다. “실제로 원자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상당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거예요. 바로 원자 속에 든 게 거의 없다는 겁니다. 원자는 거의 텅 비어 있지요. 원자로 이루어진 여러분과 나는 사실 대부분 빈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사람들 모두의 몸에서 그 빈 공간을 다 빼 버리면 나머지는 각설탕 하나 정도에 담을 수 있어요. 상상해 보세요. 인류 전체를 각설탕 하나로 줄이다니…. 아마도 무지무지하게 무거운 각설탕이 되겠지요!” 다소 딱딱하고 과학적인 질문에 대한 초운의 답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란 질문에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답을 했다. “깨어 있을 때 놓쳤던 것을 꿈에서 다시 한번 되짚으며 혹시 손상된 부분이 있으면 치유도 하고, 정말 원하는 일을 일어나도록 해보기도 하고. (중략) 꿈은 우리가 자신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왜 동물들은 우리처럼 말을 못하나요?”라는 질문에 촘스키는 이렇게 답한다. “모든 동물은 자기와 같은 종류의 동물들과 어떤 형태로든 말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답니다. (중략) 진짜 인간처럼 말을 한다는 뜻은 아니고 울음소리라든지, 날개를 젓는 모양이라든지,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하지요.”
철학자 알랭 드 보통·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언어학자 놈 촘스키 |
왜 전쟁을 하는지, 신은 누구인지,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드는지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도 나온다.
저자는 “이 책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지만 사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른들의 일상을 경쾌하게 두드리며 그동안 잊어버렸거나 당연하게 지나친 일상을 달리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질문과 그들의 질문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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