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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모금 후 논의' 세월호 성금 사용계획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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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0 20:04:35 수정 : 2015-04-14 1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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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는 이미 임의로 집행 세월호 참사 관련 국민성금이 사상 최대인 1288억원 넘게 모였지만 사용처를 확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단체는 자체적으로 성금을 사용하는 등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국민성금의 ‘선 모금 후 논의’ 방식을 바꾸고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세계일보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세월호 성금 모금을 신고한 10개 기관을 상대로 올 3월 말 기준 모금액과 이자, 모금건수, 사용처, 논의현황 등을 문의한 결과 사용처가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6월12일 모금단체와 피해자 가족이 모여 사용처 등을 논의한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민 27만여명의 정성이 담긴 성금이 1년간 모금단체 통장에서 잠자고 있었던 셈이다.

성금을 모금한 단체들은 모금목적을 ‘이재민 구호, 피해자 위로성금, 긴급지원, 유가족지원, 재난구호’ 등으로 모호하게 정했다. 모금이 끝난 현재 사용처를 확인해본 결과 아름다운재단(참사기록, 유가족 방문활동)을 제외한 대부분 단체는 “정부나 유가족과 협의 후 집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정부와는 협의하지 않고 직접 유가족에게 전달하겠다”는 곳도 있었다. 가장 많은 성금(1149억2000만원)을 모금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집 당시 모금목적을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안대로 국민성금이 유가족 보상금으로 전액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단원고도 지난 1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24억5000만원의 세월호 기부금을 재학생과 학생복지 개선에 사용키로 하고 일부는 졸업장학금, 교복비 등에 사용했다.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0일 이완구 국무총리와 면담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걸어가던 중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와 가족협의회 집행부 11명,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 집행부 6명이 면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가족협 측 80여명이 다함께 참석하겠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면담이 무산됐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민성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현행 기부금품법에는 모집상황과 사용명세를 작성하도록 하고 사용완료 후에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 방식 등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어 일반 기부자는 자신이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성금 모금목적을 먼저 뚜렷하게 밝히고 모금을 해야 한다”며 “일단 돈부터 모으고 나중에 사용처를 결정하자는 현행 방식은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금은 목적, 기부자의 의지, 배분 등 3가지가 중요한데 세월호 성금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엿새 앞둔 10일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경대원들이 불이 난 여객선에서 승객들이 탈출하는 상황을 가정해 인명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는 세월호 이전까지 국민성금으로는 가장 많은 672억원을 모금하고도 추모재단 출연금 문제로 표류하다 12년 만인 올해 겨우 재단설립이 확정됐다. 천안함 침몰 때도 국민성금으로 재단이 세워졌지만 희생장병 지원보다 안보교육에 치중한다는 이념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세월호도 추모공원이나 재단설립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향후 성금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모금단체들이 모금계획서나 사용계획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도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고, 사용처 결정에 대한 논의 과정 자체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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