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두 소녀가 자신이 앓는 병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재했다가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상처 부위를 드러낸 사진이 여성의 맨살을 담아 ‘야하다’는 게 신고 이유다.
잉글랜드 체스터 출신인 티파니 윌리엄스와 제시카 버시는 동갑내기 친구다. 올해 19세인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녀서 친구가 된 게 아니다. 티파니는 호지킨 림프종, 제시카는 백혈병 환자로 같은 항암치료 센터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자신이 앓는 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기 위해 투병과정을 담은 사진 몇 장을 최근 각각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그런데 며칠 후, 이들은 누군가 해당 사진을 신고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페이스북 측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파니와 제시카의 상처 부위를 담은 사진이 다소 야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다.
티파니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난 머리를 삭발했다”며 “해냈다는 기쁨에 민머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두 시간 후, 누군가 내 사진을 페이스북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어이없어했다.
티파니는 “다행히 사진이 곧바로 지워지지는 않았다”며 “다음날 화장한 사진을 올렸을 때도 누군가 똑같은 내용의 신고를 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상처가 있든 없든 누구든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사진을 올렸을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친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아 백혈병에서 완쾌한 제시카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가슴에 꽂은 특수장치와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을 때 장치를 뺀 사진을 모두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여성의 가슴이 사진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 페이스북에 같은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혈병 환자의 사진을 단순히 치료과정 기록으로 보지 않고, 누드사진과 같은 외설물로 판단한 것이다.
제시카는 “병을 이겨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가슴에 꽂은 특수장치 사진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중 민머리 사진도 누군가 누드사진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내 사진을 투병과정 기록물이 아닌 성인물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티파니는 “왜 사람들은 우리의 사진을 병을 이긴 용감한 소녀들의 것으로 봐주지 않느냐”며 “우리는 정말 화가 나고 당황스럽다”고 거들었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 영국지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 정책을 펼친다”며 “개인적으로는 두 소녀의 사진이 기준을 넘어섰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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