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적극 독려해왔다.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의 구직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취준생들이 느끼는 취업현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에 가고 싶어도 대기업과 임금이나 복지 격차가 커 현실적으로는 선택이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각각 359만8000원, 204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56.7%에 그쳤다. 10년 전인 2004년 8월 기준으로는 대기업 238만원, 중소기업 142만3000원으로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58.3%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차이도 클뿐더러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평균 근속 연수도 중소기업이 4.9년으로 대기업 10.7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들은 중소기업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한 취준생은 “정부는 ‘중소기업도 괜찮은데 왜 눈을 안 낮추냐’라고 하고, ‘배가 불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4년제 대졸 취준생들의 경우 그동안 학업과 스펙 쌓기에 들인 노력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행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벽’ 중 하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준생 57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대기업(30.4%)이 아닌 중소벤처기업(34.3%)을 선택했지만, ‘본인의 가족들이 선호하는 기업’으로는 대기업(39.5%)을 꼽았다. 중소벤처기업(13.6%)은 공무원(19.0%)과 공기업(16.9%)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취업 희망기업을 선택할 때 부모님의 영향을 받는가’란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2.2%)이 ‘그렇다’고 답했다. 가족의 기대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대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실질적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 하청 단가 등을 올려 근로자 임금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인력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김복순 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가 41만명 정도 증가했지만 대다수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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