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방부가 국내 업체에 의해 개발된 스마트폰 도·감청 프로그램의 도입을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2013년 2월 서울 출장 보고서. 보고서에는 서울 방문 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대북감청부대(777부대) 요원들과 만나 스마트폰 해킹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
해킹팀 관계자는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한 다음날인 2013년 2월28일 SEC를 방문해 해킹 시연을 한 것으로 보고서는 기록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SEC’는 경기도에 위치한 ‘SEC연구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방정보본부 산하의 대북 통신감청부대인 777부대의 위장 명칭이다. 해킹팀 관계자와 777부대 요원들은 보안상의 문제로 777부대 입구의 면회실에서 만난 것으로 보고서는 적었다. 777부대에서는 세 명의 중간 간부와 두 명의 의사 결정권자(Decision maker)가 참석했다. 해킹팀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두 명의 의사결정권자는 많은 기술적 질문을 했다. 다시 서울에 와서 다음주나 다음달쯤 부대 내에서 (해킹) 시연을 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최근 해킹팀의 프로그램과 비슷한 모바일 특화 제품을 개발한 한국 업체 관계자도 만났다고 전했다”고 썼다.
국방부는 “2013년 3월28일 해킹 업체의 요청으로 외부 면회실에서 시연회를 한 적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부대의 임무와 무관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어서 더 이상 접촉하지 않았다”면서 “국내 업체의 다른 (모바일 해킹) 제품은 구입을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병욱·김선영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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