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이 복권이 당첨된 것인지 확인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어머니께서 당첨된 거라 말씀하시는데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볼 수 없어서요.”
누군가 당신 앞에 나타나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실제로 건네받은 복권 당첨금이 수십만원에 달한다면, 게다가 앞에 선 그 사람이 시각장애인이라면. 복권을 주머니에 넣은 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회현상 실험가로 알려진 잭 싱이 온라인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최근 영상 한 편을 게재했다. 그는 이미 여러 실험과 몰래카메라 등을 게재, 유튜브에서 닉네임 ‘조할(Johal)’로 유명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부촌(富村)을 찾은 잭은 선글라스와 지팡이를 이용, 시각장애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이 복권이 500달러(약 58만원)짜리 당첨금에 맞았다는데, 진짜인지 확인 좀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첫 번째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잭의 복권을 받더니 주머니에 넣고는 자취를 감췄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잭은 남성과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
잭이 만난 두 번째 남성은 어느 노인이었다. 이 노인은 잭에게 “당첨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그는 “다시 봐달라”는 잭의 말에 “두 번, 세 번 봤다”며 “이 복권은 ‘꽝’이네요”라고 말했다.
노인의 말에 잭은 선글라스를 벗더니 “저는 시각장애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를 속이려던 행동을 들키자 노인은 “이런 XX”이라며 욕하더니, 복권을 땅에 내던지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부촌을 떠난 잭은 노숙자가 많은 길거리로 접어들었다.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반응이 쏟아졌을까?
놀랍게도 잭의 복권을 확인한 노숙자들은 “500달러에 당첨됐네요!”라며 연신 축하해줬다. 누구도 잭을 속인 사람은 없었다. 잭이 만난 두 노숙자들은 그의 당첨을 자기 일처럼 환영했다.
잭은 노숙자 두 명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10달러(약 1만2000원)를 선물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 변장한 자신을 속이지 않은 노숙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실험을 마친 잭은 어쩐지 슬픈 표정이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실험을 마치게 됐다”며 “집 없는 그들과 달리 직업이 있고 먹을 걱정 없는 시민들은 나를 속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정말로 슬픈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잭이 사용한 복권은 그의 가게에서 누군가 이미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복권을 갖고 도망쳐도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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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Johal 유튜브 채널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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