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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1인가구에 문턱 닳는 편의점

입력 : 2015-09-22 18:50:03 수정 : 2015-09-22 2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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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 톱10 업종 첫 진입
9월 개인카드 승인액 9100억
1년 만에 3500억 폭발적 증가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퇴근길에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른다. 주로 할인하는 수입맥주를 사거나 ‘1+1’ 혹은 ‘2+1’ 행사를 하는 먹거리를 산다. 일찍 퇴근한 날이나 주말에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다반사다.

김씨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은 반찬이 대여섯 가지 이상은 나와서 웬만한 고급 도시락 못지않다”며 “편의점 브랜드별로 도시락을 맛보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나홀로 가구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한때 일반 슈퍼나 대형 마트보다 비싼 가격 탓에 외면당했던 편의점이 1인가구의 소비 ‘1번지’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현재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면 편의점업계는 앞으로 성장가도를 질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신금융연구소가 22일 내놓은 ‘2015년 8월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편의점 업종에서 개인카드 승인금액은 9100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63.9%(35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개인카드 승인금액 상위 10개 업종에 편의점이 10위로 사상 처음 진입했다.

올 들어 편의점의 카드 승인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편의점 전체카드(개인·법인) 승인금액은 지난 1월 5520억원에서 지난달 말 9520억원으로 7개월 사이에 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유통업종에서 편의점 카드 승인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2.4%로, 지난해 같은 달(8%)과 비교해 4.4%포인트 늘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근거리 구매 경향이 확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10년 23.9%였던 1인 가구 비중은 올해 27.1%까지 증가하고 2035년에는 34.4%에 이르게 된다.

1인 가구는 음식을 쟁여놓고 먹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사먹고, 만들어 먹기보다 데워 먹는 경향이 강하다. 혼자 사는 삶에서 끼니는 ‘챙겨 먹는 것’이 아니라 ‘때우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집 가까운 곳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파는 편의점이 생활패턴에 딱 맞는다는 얘기다.

‘나 홀로 족’이 편의점을 선호하자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밥 종류는 삼각김밥과 내용물이 부실한 일반 김밥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그러나 ‘9찬 도시락’, ‘10찬 도시락’ 등이 등장했고, 고등어구이 도시락이나 숯불고기김밥 등 편의점의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GS25에서 배우 김혜자의 따뜻한 어머니 이미지에서 착안해 내놓은 ‘김혜자 도시락’은 가격(3000∼4000원대)에 비해 구성이 좋아 ‘마더 혜레사 도시락’이라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나눔과 베풂의 상징인 마더 테레사 수녀를 빗대 도시락 구성의 푸짐함을 표현한 말이다.

1인 가구 증가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된 일본에서는 2009년 편의점 매출 규모가 백화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편의점 산업 규모는 10조엔(약 97조원)으로 백화점 시장보다 50% 이상 크다.

독거노인들도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어 편의점의 50세 이상 소비자층이 30%에 달한다. 일본 편의점은 도시락 배달, 약국·노래방 등과의 결합, 면세 점포 운영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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