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 피하고 ‘체제 공존’ 포석
“北, 대남혁명 전략은 불변” 시각도 창건 70년을 맞이한 북한 노동당의 규약은 당면 과제로 ‘전국적 범위의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완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반도의 공산화를 의미하는 대남전략 목표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미 물 건너간 ‘구호’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적화통일(하나의 조선)에서 북한 체제 존립을 전제로 한 두 개의 체제를 유지하는 ‘투 코리아’ 방향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지만 북한의 대남 공작이 교묘한 방식으로 지속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대남 전략이 투 코리아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 남북한 체제경쟁에서 남한이 우위를 점하고 동구권 해체, 독일 통일 등 외부 환경이 이미 북한의 공산화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일성 주석은 1989년 신년사에서 “이제 통일은 어느 누가 누구를 먹거나 먹히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후 1991년 신년사에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거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0년 6·15 공동선언 2항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표현으로 반영됐다.
‘투 코리아’ 시각으로 보는 쪽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력이 앞섰던 1960년 공세적 위치에서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연방제를 주장했던 것과는 다른 것으로 본다.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피하기 위한 ‘체제 공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1991년 남한보다 먼저 유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맞이한 광복 70주년을 기해 난데없이 이뤄진 북한의 표준시간 변경은 북한이 ‘투 코리아’ 방향으로 대남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현재의 남북한 분단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남파 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박사는 2013년 펴낸 저서 ‘북한 대남전략의 실체’에서 “남한 사회를 북한체제와 같은 사회주의체제로 만들겠다는 대남 혁명 목표를 포기하는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불리한 대내외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표면적 변화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남전략의 근본적 변화로 간주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대남 정책 현상과 본질(대남전략)을 혼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대남혁명의 성공적 수행은 노동당의 중요한 존재이유이기 때문이고 북한은 앞으로도 남한의 체제 전복을 위해 남한 사회 내부 혼란과 갈등조장을 노린 사이버테러 등 대남도발과 남북대화를 적절히 배합하면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대남 공작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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