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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새롭고 엉뚱함 지향… 원천은 열린 마음”

입력 : 2015-10-16 11:17:29 수정 : 2015-10-16 1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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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서울패션위크 참여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 서울패션위크 기간이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은 잔칫날처럼 떠들썩하다. 올해도 16∼21일 같은 장소에서 2016 봄·여름(SS)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린다. 특히 이번 패션위크는 유명 디자이너인 정구호 총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새출발을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정 총감독은 화장품 브랜드 헤라와 후원계약을 맺고 행사 전반을 손봤다. 패션위크의 외양은 변해도, 쇼를 앞두고 분초를 다투는 디자이너들의 여정은 마찬가지다. 패션위크에 6년째 참여하는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40)을 작업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미리 만났다.

여느 직업군처럼 패션디자이너도 예술가형, 사업가형, 모범생형 등 개성이 다양하다. 박 디자이너는 영락 없는 예술가형이다. 열정을 좇고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나에 몰두했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며칠씩 집에만 있을 만큼 변덕이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통통 튄다. 그의 별명 ‘이태원 날라리’처럼 밝은 색채에 재미와 위트가 살아 있다. 이번에 그가 선보일 쇼는 ‘미혼 시절 흔적이 남은 아리따운 여성이 가족과 리조트에 가서 벌어지는 뒷이야기’를 담았다.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는 “취약점을 보완해 줄 믿을 만한 친구들과 일하는 게 중요하다”며 “디자인은 절대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현재 행복하게 사는 이 여성의 흑역사를 상상했어요. 여배우의 공허함 같은 걸 떠올렸죠. 그녀의 화려한 차림새는 감추고 싶은 과거를 암시하는 거고, 드레스에 걸친 커다란 재킷은 해변에서 날이 추워지자 남성이 덮어준 옷이란 식으로 연상하며 쇼를 만들어요.”

그는 “항상 독립적이고 멋을 아는 여성상을 생각하며 디자인한다”며 “이를 비틀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며 생기는 관계 변화, 여자에게 의존적인 남자 등에 주목해 왔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작품들처럼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해외 유학파가 즐비한 패션계에서 그는 실력 하나로 이름을 알렸다.

‘푸시버튼’이 지난 시즌에 선보인 작품.
10대 후반 그는 서울 종로의 시대복장학원을 다니며 일본 유학을 준비했다. 이즈음 ‘가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1995년에 첫 음반을 냈다. 마돈나, 김완선처럼 패션으로도 주목받는 가수를 꿈꿨다. 현실은 달랐다. 가수를 그만두고 알고 지내던 스타일리스트를 도왔다. 우연히 잡지 모델로 데뷔해 ‘빨강머리 모델’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인의 소개로 패션 프로모션까지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디자이너의 길로 돌아오게 됐다. ‘푸시버튼’을 시작한 건 2005년이다.

“당시 전 재산이 1억원이라면 9800만원을 들여서 시작했어요. 모두 ‘미친 짓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라고 했죠. 그렇긴 했죠. 당시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적었어요. 또 전 패션의 메카인 청담·압구정이 아니라 이태원에서 시작했어요. 그때 이태원은 모조품이 판치는 거리였거든요. 게다가 제 모토는 ‘안 팔리는 옷을 만들자’였어요.”

그의 개성은 점차 패션계 인사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보물섬처럼 알려주고 싶지 않은 가게’라는 말을 들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푸시버튼은 홍콩, 중국을 중심으로 10개국에 진출한 브랜드로 올라섰다. 젊은이들이 스펙경쟁에 곪아가는 요즘 “내세울 학력이 없다”는 그의 성공은 의미가 크다. 그는 “유학은 엄청난 경험이지만 패션에서는 외국어나 실무능력도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잡지를 보며 외국문화를 간접 경험했어요. 나름대로 상상하고 감탄하면서 외국 문화를 ‘박승건식’으로 소화했죠. 그랬더니 오히려 외국에 가면 ‘그 옷 어디 거야’라고 물어오는 일이 많아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외국 문화를 실시간으로 접하니 더 유리하죠.”

그는 “디자인은 의외성이 있어야 하고 현실과 괴리된 걸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며 “엉뚱함을 디자인하려면 (공부만 해서는 안 되고)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는 조언도 “디자인을 정말 좋아할 것”이다.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운 걸 생각하고 현실과 상상 사이를 오가요. 밤새 일하다가 한두시쯤 아주 매운 떡볶이를 시켜먹으면, 회사의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즐겁지 않니’라고 물어봐요.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하지만, 이게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요. 노는 것도 지겨울 때가 있잖아요. 2주 전에는 41시간을 꼬박 일했어요. 입으로는 ‘아우 힘들어’ 했지만 사실 그게 좋았어요. 쇼가 끝나면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맑게 정화돼요. 그러니 디자이너들이 이 일을 하나봐요.”

동아리 같은 열정을 간직해서인지 그는 여전히 앳되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말투도 조곤조곤하다. 그는 자신이 기르는 ‘푸시’와 ‘버튼’으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을 만큼 애견인이기도 하다. 강아지들 때문에 환경에도 관심이 생겼다. 요즘은 종이컵 사용과 육식을 줄이고 이면지를 쓰는 식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소소하게 환경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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