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원설 대척 지점에는 ‘다지역 기원설’이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약 200만년 전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떠나온 것을 계기로 아시아와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인류가 독자적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선 이를 ‘촛대형 모델’이라고 지칭하는데, 끝이 여러 갈래로 나뉜 촛대처럼 여러 줄기로 나뉘어 세계 곳곳에서 살던 호모 에렉투스가 유전자 교환 등을 통해 호모사피엔스가 되었고 다시 현생인류로 발전했다는 진화설이다.
마리아 마르티논·토레스 런던대 교수(고고학)는 BBC에 “이번 발굴로 인류의 확산이 좀더 일찍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6만년 전 아프리카 확산’보다 앞섰다는 증거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유럽 정착 시기가 4만년 전이라는 이유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마르티논·토레스 교수는 “열대 아프리카 출신의 인류는 빙하기 당시 추운 지방인 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인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 채 경쟁자들이 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14일자)에 발표됐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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