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텍스 립 캘리포니아 와인 시음회에 선보여
파리의 심판. 와인 좀 마셨다는 애호가들치고 이 사건을 모르는 이는 없다. 1976년 5월 26일 프랑스에 열린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의 경연대회다. 놀랍게도 레드 와인 부분에서는 스텍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가 1위를, 화이트 와인 부분에서는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가 1위를 했다. 프랑스 와인업계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것은 물론이다. 이 사건은 변방의 미국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혁명적인 계기가 됐다. 이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 ‘와인 미라클’도 2008년 개봉됐다.
파리의 심판 와인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2일~13일 이틀간에 걸쳐 제11회 캘리포니아와인 시음회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렸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California Wine Institute)의 주관으로 일반 소비자,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역대 가장 많은 관계자들이 몰려 최근 꾸준히 높아지는 미국 와인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 대상 시음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등록 공지가 게시된지 3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 비준 이후 캘리포니아와인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미국 와인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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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 레드 1위 스텍스 립 와인셀라 S.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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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오크 와인 소개하는 와이너리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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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힐스 와인 소개하는 와이너리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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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혼 와인 소개하는 수입사 나라셀라 관계자. |
이번 시음회에는 캘리포니아와인 주요생산지로 국내의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나파밸리, 소노마 코스트뿐 아니라 몬테레이(Monterey), 리브모아 밸리(Livermore Valley), 파소 로블스(Paso Robles),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로다이(Lodi) 등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지역 및 지역별로 개성있는 품종과 블렌딩 와인들이 소개됐다. 일반소비자 대상 시음회는 78개 브랜드 223여종의 와인이 선보였다. 와인업계 관계자 대상 시음회는 91개 브랜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및 국내 수입사가 참가했고 360종의 캘리포니아와인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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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서 인기가 높았던 골든 아이 피노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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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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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츠 와인셀라 카베르네 쇼비뇽 |
특히 수입사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수입 와이너리 관계자들이 전체 방문 와이너리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미국 와인이 인기가 높아지자 한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희망하는 캘리포니아 와이너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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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스 와이너리 앤 셀라 와인소개하는 와이너리와 보아무역 관계자. |
캘리포니아와인시음회는 2005년을 시작으로 매년 가을 개최되고 있다. 이번 시음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와인은 파리의 심판에서 레드 1위를 차지한 스텍스 립 와인셀라 와인들이다. 특히 당시 출품됐던 와인인 스텍스 립 와인셀라 S.L.V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그외에도 실버오크, 베린저, 덕혼, 그릭힐스, 슈렘스버그 등 프리미엄 와인들에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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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실버라도 와인 |
캘리포니아와인은 캘리포니아 주 특유의 강렬한 햇살, 고온 건조한 기후,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해풍 및 안개가 내륙의 더운 공기와 만나 생성하는 미소기후지대(microclimate) 등 최적의 조건 하에서 재배된 최고의 품질의 포도로 만들어져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로부터 “과일이 먼저 느껴지는 (fruit forward)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는 찬사를 받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미국 와인이 높아진 수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등 유럽 와인의 복잡 미묘한 풍미를 느끼기는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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