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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역사의 寶庫(보고)' 서가 길이만 347㎞… 자료 보존·관리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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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7 06:00:00 수정 : 2015-10-17 10: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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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 가보니
햇볕이 쨍쨍했던 지난 8월11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 건물에만 ‘비’가 내렸다.

비는 하늘이 아니라 건물 외벽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꺼번에 나온 물에 휩싸여 기록관 건물은 흡사 물로 방어막을 친 모양새였다. 

일제의 토지수탈을 담은 ‘토지조사부’ 복원 전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이 ‘수막’은 국가기록원이 화재 대비 차원에서 건물 외관 분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기록관은 산불에 대비해 화재 시 순식간에 이 같은 수막이 형성되도록 설계됐다. 

일제의 토지수탈을 담은 ‘토지조사부’ 복원 후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고인 만큼 국가기록원은 기록 소실 방지를 위해 내·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방대한 기록… 재난 방지에 ‘조심 또 조심’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접수한 기록물, 개인 또는 단체가 생산·취득한 기록정보 자료를 모두 포괄하는 만큼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올 1월 기준으로 국가기록원 소장 기록물은 문서, 도면 등 종이류 355만6220권, 시청각류 290만7839점, 행정박물류 6만2031점에 이른다. 서고면적만 4만4148㎡다. 서가 길이(347㎞)는 서울에서 경남 진주까지 연결할 수 있을 정도다.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 보존 전문가들이 시청각 자료 보존작업을 하고 있다.
성남=정진수 기자
국가기록원이 화재나 홍수 등 각종 재난에 노출될 경우 기록과 함께 그 역사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기록원 내·외부 ‘방재시스템’은 특별하다. 현재 기록관 외부에는 1105t을 담을 수 있는 물탱크와 온도감지기, 375마력의 고압펌프 2대, 27개의 노즐이 설치돼 대기 온도가 80도가 넘으면 수막이 작동된다. 1분당 뿌려지는 양만 14.8t씩, 총 75분간 가동이 가능하다.

화재 진화도 일반 건물과 다른 가스계 소화방식을 쓰고 있다. 통상 화재 시 물을 뿌려 불을 끄지만 기록관은 기록물이 물에 젖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너젠가스’로 화재를 진화한다. 화재 감지도 불꽃이나 온도가 아닌 연기감지 방식이다. 연기가 감지되면 화재경보기가 즉각 울리고 대피방송이 나온다. 대피방송이 시작된 지 30초가 지나면 58개 방호구역에 방호벽이 내려오고 이너젠가스가 분사된다. 이너젠가스는 산소농도를 12∼15%까지 낮추는 방식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신속한 대피가 중요하다. 

조광래 보존서비스과장은 “기록관 건물을 단순하게 설계한 것도 빠른 대피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산소마스크 등의 응급 물품도 문 앞에 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20일 세종시로 이전하는 대통령기록관 이사 작업도 기록물 훼손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11t 트럭 170대를 동원한 대규모 이전이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받은 선물과 집기 등 행정박물은 무진동 차량에 실어 보내게 된다. 대통령지정기록 등 비밀기록은 보안을 위해 경찰의 호위를 받아 이동한다.

◆“근·현대 문서 복원은 우리가 최고”

지난 13일 방문한 국가기록원의 보존연구과에서는 5명의 복원 전문가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문서를 두들기고 닦아내며 복원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1∼2시간씩 허리를 숙인 채 고도의 집중력으로 복원작업을 하는 만큼 직원들은 사소한 지병 하나씩은 갖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은 남다르다. 기록 보관을 위한 전 단계인 복원과 보존처리작업은 국가기록원의 주요 작업 중 하나다. 종이기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화가 진행돼 종이 끝이 부서지는 만큼 복원과 보존처리작업은 장기보관의 기초작업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탈산처리기, 문서소독기, 냉동 동결건조기, 리프캐스터 등 다양한 전문장비를 활용해 매년 1500매 가량 복원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기록원은 소장 기록물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소장 기록물 보존복원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복원 사례가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민보’. 일제강점기 미주한인사회의 대표적인 항일민족언론으로 가치가 높은 기록이지만 복원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했다. 고문서의 경우 목판인쇄한 뒤 이를 반으로 접어 양면으로 된 한 장의 문서로 만든다. 반면 근·현대 문서는 종이 한 장을 양면으로 쓰는 만큼 복원 시 한 장의 종이를 반으로 갈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고문서에 비해 복원작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국가기록원은 독립기념관의 요청을 받아 고민 끝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초음파를 이용한 봉합보존처리기법을 활용, 복원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천안함 잔해에서 인양된 천안함기, 복무카드, 편지 등 기록물 92점 복원에도 성공했다. 염분이 있는 바닷물에 빠진 데다가 기름과 뻘로 범벅이 돼 심각하게 훼손됐지만 깨끗하게 원상태로 돌려놓은 것이다.

양소은 학예연구사는 “독립기념관에서 이후 꾸준히 복원을 부탁해 오고 있다”며 “전체 복원의 20∼30%가 민간 소장 기록물”이라고 말했다.

수원=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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