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못하면 攻·守 손실 감수해야
양의지는 지난 19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회 말 수비 도중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맞고 5회 수비 때 최재훈과 교체됐다. 서울로 돌아와 20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오른쪽 엄지발톱 끝에 미세골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 등 의학적 처치는 필요 없고 자연치유가 가능한 상태다. 양의지는 “진통제라도 맞고 뛰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포수로 나서기가 힘들고 정상적인 타격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력이다. 그가 제대로 뛰지 못하면 두산은 공·수에서 커다란 전력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공격에서 주로 5번타자로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정규 시즌에서는 타율 0.326(11위)에 20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0.308에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6타수 1안타로 다소 부진했지만 2차전 도중 교체돼 큰 의미는 없다.
당장 두산은 중심타선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민병헌-김현수-양의지로 클린업트리오(3∼5번)를 구성했다. 양의지가 빠지면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 오재원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런을 쳤지만 타격 밸런스가 정상이 아니다. 지명타자 홍성흔도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해 선발 라인업에 중용하고 있지만 중심타선에 박기는 미덥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수비다.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투수진의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양의지는 올 시즌 129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다. 기본적으로 두뇌회전이 빠르다.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나 투수 리드가 돋보인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28명 중 양의지를 빼면 두산 포수는 최재훈만 남는다. 백업 포수 최재훈은 수비 능력에서는 양의지 뺨친다. 송곳같은 송구로 상대 도루를 저지하고 잽싼 견제구로 주자를 잡는가 하면 몸을 아끼지 않고 상대 득점을 저지하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도루 저지율도 0.333으로 양의지(0.262)보다 낫다.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는 허리를 다쳤던 양의지를 대신해 주전 포수로 나서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어깨 수술 이후 그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주로 경기 후반 양의지의 체력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체포수로 출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71경기에 나서 타율 0.152에 그쳤다. 방망이는 양의지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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