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시작된 ‘금수저 논란’을 두고 말이 많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연예인 2세의 드라마 주인공 발탁을 두고 불거진 ‘금수저 논란’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최근 통계 수치로 입증되며 쓴맛을 내고 있다.
논란의 시작점이었던 SBS 주말 예능 ‘아빠를 부탁해’가 11월1일 종영한다.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금수저 논란’에 휩싸이면서 씁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남성 연예인과 20대 딸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조재현, 이경규, 강석우, 조민기 등이 그의 딸과 함께 출연해 각기 다른 부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아버지와 딸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공감과 재미를 주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조혜정이 유승호의 군 제대 후 복귀작 ‘상상고양이’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면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아빠를 부탁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 오디션을 보러다니는 연기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조혜정은 예능 출연 이후 화제작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별다른 작품 출연 경력이 없는 조혜정이 단숨에 여주인공이 될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예능 출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눈총이 쏟아졌다.
이에 조혜정은 여러 차례 오디션을 봐 일궈낸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의 시선은 걷혀지지 않고있다. 시기적으로 예능 출연 시점과 주연 발탁 시점이 겹친다는 점이 오해를 부를 만하다. 여기에 조혜정이 유명 배우의 딸이고, 예능 출연을 통해 얼굴을 알린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까닭이다. 방송에 얼굴 내비칠 기회조차 얻기 힘든 여느 연예인 지망생과는 달리 시작점부터 유리했던 출발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지난 설연휴 파일럿 방송으로 전파를 탄 뒤 정규편성된 ‘아빠를 부탁해’는 애초 우려를 안고 시작했다. 방송에 거의 노출된 적 없는 성인 여성이 연예인 아버지와 함께 주말 황금시청시간대 전파를 탄다는 것 만으로도 연예인 지망생을 띄우기 위한 홍보성 아니냐는 의혹이 쏠렸다. 우려를 안은 시작은 결국 예견된 논란을 낳고 말았다.
최근 배우 이유비도 때아닌 ‘금수저 논란’에 휩싸였다. 이유비가 클럽에서 분실한 휴대폰을 주운 일당이 휴대폰을 건네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사건은 예상치 못한 ‘금수저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사건 이후 이유비가 휴대폰을 분실한 장소가 클럽이니 클럽을 자주 드나드는 것 아니냐는 악의적 댓글부터 휴대폰에 협박당할만한 ‘증거’가 담겨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성 댓글이 이유비를 겨냥했다. 이 가운데 이유비가 배우 견미리의 딸이라는 점에 주목해 ‘금수저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른바 '낙하산’ ‘부 대물림’ 등 일반인도 경험으로 체득해온, 가진 자를 향한 아니꼬운 시선도 연예인 2세의 ‘금수저 논란’에 기름을 들이붓는 듯하다. 연예인 2세라는 태생적 타이틀을 바꿀 수 없기에 그들을 향한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이를 떨쳐낼 수 있는 것은 연예인 2세의 부모보다 앞서 떠올릴만한 실력, 그 뿐이다. 이름을 바꾸고 연예인 2세라는 사실도 감춘 채 연기력만으로 정상급 배우로 우뚝선 하정우의 사례처럼 실력만이 대중의 인정을 받는 길이다. 연예계 활동 내내 따라붙을 ‘금수저 논란’을 떨쳐내기 위해선 그들이 기울여야 할 노력의 크기란 때론 족쇄인 연예인 2세 타이틀에 동반하는 부담감을 극복할 만큼 강력한 한방이어야 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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