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35년간 유지된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인구 고령화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연구원들은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로 향후 5년간 중국에서 연 21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메릴린치 연구원들은 "단기적으로 억압된 수요를 해소함으로써 일시적인 합계출산율(TFR)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구 정책 변화가 중국의 장기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공식적인 중국의 합계출산율이 1.5∼1.65 수준이지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중국의 합계출산율이 점진적으로 1.4 부근으로 떨어졌다"며 "한국과 일본의 1.3보다는 높지만, 인도(2.5)와 베트남(1.7)보다는 낮다"고 설명했다.
원빈(溫彬) 중국 민성(民生)은행 수석연구원은 "정책완화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제한 완화를 근거로 볼 때 효과가 그저 그럴 것"이라며 "많은 부부가 둘째 아이를 가지도록 독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현재 중국에서 두 자녀 보유가 허용된 부부 중 12%인 145만쌍만 둘째를 가지겠다고 신고했다.
부부들이 ▲높은 도시 주택가격 ▲제한적 의료 보장 ▲제한적 공립 교육 ▲공기 질 악화 ▲노인 부양 압력 등으로 대가족을 꺼리고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컨설팅 기업 호리즌 인사이트의 왕페이 연구원은 "정책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20∼25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경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체로 두 자녀 허용 정책이 너무 늦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 A씨는 "30년 넘게 강력한 인구억제 정책을 썼으니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건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이미 빈부격차를 겪은 중국인들이 아이를 둘씩 나으려고 하겠느냐. 인구는 결국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두 자녀 정책을 펴도 취직하기 힘들고 자식 키우는 데 돈 많이 들고 먹고 살기 막막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애 더 낳으라고 하기 전에 빈부격차부터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내 유아용품 관련 주식이 중국의 두 자녀 허용에 따른 시장 확대 기대감으로 30일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에 진출해 유아복을 유통 중인 제로투세븐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10.55% 오른 1만415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1만6600원에 거래되기도 있다.
제로투세븐은 유아복 '알로앤루'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2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티몰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유아용품 시장 확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다른 기업들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역시 ▲유아용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보령메디앙스(6.44%) ▲지난해 중국 의류업체 랑시그룹의 한국 자회사에 매각된 아가방컴퍼니(1.95%) ▲제로투세븐의 모회사인 매일유업(1.30%) 등도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삼익악기(1.25%) ▲남양유업(1.20%) ▲쌍방울(1.40%) 등 중국의 한 자녀 정책 폐기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오름세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27조원임을 감안하면, 중국에 매년 국내 유아용품 시장이 하나씩 더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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