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과감한 투자 적중
두산은 올해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3승1패), NC와 플레이오프(3승2패)를 거쳐 한국시리즈(4승 1패)까지 총 14경기를 치렀다. 역대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25차례 포스트시즌 중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른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1992년 롯데와 2001년 두산뿐이다. 이처럼 예상을 깬 두산의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의 최대 원동력은 바로 적극적인 투자다.
프로야구 두산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13-2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화수분 야구로 위기 극복
두산에는 든 자리와 난 자리의 차이를 알아챌 수 없을 만큼 기량이 고른 선수들이 늘 차고 넘친다. 이는 두산이 유망주를 발굴하고 키우는 선수 육성 시스템을 일찌감치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연습생 김현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불펜에 머물던 유희관이 선발 투수로서 기량을 꽃피운 것도 이 같은 ‘화수분 야구’ 덕이다.
올해 두산은 극심한 투·타의 부조화를 겪었으나 정수빈 등 국가대표급 야수진의 공·수·주에서 활약 덕에 상위권을 줄곧 유지하는 저력을 드러냈다.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찬 허경민을 비롯한 정진호, 박건우, 최주환 등 젊은 백업 선수들도 주축들의 부상 공백을 거뜬히 메웠다.
선수들의 부상 투혼도 우승에 한몫했다. 5차전 쐐기 홈런을 터트리며 시리즈 MVP 영예까지 안은 정수빈은 왼손 검지를 꿰매는 부상을 당하고 타율 0.571에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양의지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우측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전 경기 선발 출장해 팀의 중심을 잡았다.
◆김태형 초보 감독의 뚝심야구
김태형 감독은 김응용(1983년 해태)·선동열(2005년 삼성)·류중일(2001년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사령탑 데뷔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또 1995년 두산 우승 멤버인 그는 사상 처음 단일팀 선수와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서 초보답지 않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1점차 승부를 펼쳤고 마무리 이현승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결단력도 인상적이었다.
니퍼트의 활용법도 돋보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니퍼트를 내세운 김 감독은 4차전에서 다시 니퍼트를 투입했다. 1차전 완봉 투수를 3일 휴식 뒤 마운드에 서게 하는 다소 무리한 운용이었다. 하지만 1승 2패로 밀린 상황에서 반전이 필요했고, 김 감독은 니퍼트의 조기 투입을 분위기 전환 카드로 꺼내 성공했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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