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면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해서라도 표정 감춰야
빼어난 포커꾼은 상대의 미세한 떨림 하나에도 손에 쥔 패를 읽어내고 만다. 특히 눈 움직임은 나를 드러내는 약점이다.
‘맨인블랙’ 영화 포스터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포커를 친다면 어지간한 사람도 제법 좋은 승률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라면 선수나 지도자 모두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선수도 되고 좋은 지도자,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가 된다.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해 감독직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다.
현역시절 최고라는 극찬을 받았던 A가 있다.
그 명성이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로까지 퍼져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A는 지도자로 변신해선 선수시절만큼 명성을 누르기 못했다.
그가 몸담었던 B팀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표정관리 실패라는 설이 있다.
TV중계 때 A는 자기편 선수가 실수를 하자 "에이"라며 혼잣말을 하며 혀를 찼다. 이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팬들은 '선수를 격려해줘야 할 감독이 힐책이나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물론 성적이 좋았다면 흠이 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팀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을 무렵 인상을 쓴 모습이 노출됐으니.
이후 팬들은 A감독 퇴출운동까지 펼쳤다. 팬들로부터 외면받은 A감독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신사퇴 형식으로 지휘봉을 놓았다.
프로는 자신을 지켜보는 눈들이 아마추어보다 훨씬 많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표정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순간, 방패로 자신의 몸을 가려 자신의 죽음을 적이 알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판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떨친 오승환(33)도 무표정이 표정일만큼 감정절제가 뛰어나다.
'돌부처'라는 이름의 바둑천재 이창호(40)도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어 상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도통 점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상대가 무서운 법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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