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지음/홍한별, 옮김/강양구 해설/갈라파고스/1만원 |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은 미래에서 온 편지 같다. 과학적 통계를 토대로 앞으로 다가올 섬뜩한 미래를 그려낸다. 하버드대학 교수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의 에릭 M 콘웨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예언한다. 파국을 향해 내달리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를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과학자들이 내놓은 암울한 전망은 다음과 같다. 2040년부터 혹서와 가뭄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고 해수면은 9~15㎝ 올라갈 것이다. 2041년에는 북반구에 전례 없는 열파가 닥쳐 지구촌을 달구고 곡물을 말려 죽일 것이다. 2042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지금보다 배 증가하고, 지구 전체 온도는 3.9도가량 오른다.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곤충 개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대규모 삼림이 파괴되고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레이트아메리카 사막이 북쪽과 동쪽으로 점점 넓어지면서 고원지대와 세계적인 곡창지대를 잠식하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는 합병하여 인구를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세운다. 유럽연합(EU)은 저지대의 남쪽 인구를 북쪽의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등으로 이주시킨다. 식수 부족 사태에 빠진 스위스와 인도는 국제적인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인류는 유엔을 중심으로 지구 기온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2063년 중단되고 말 것이다. 2060년부터는 북극지방의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서남극 빙하의 약 90%가 분리되고 무너져 내려 해수면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해수면보다도 낮은 네덜란드는 물론 미국 플로리다주 주요 도시들도 물 밑으로 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인간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인구의 20%인 15억명가량이 살 곳을 찾아 대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책을 통해 반암흑기(半暗黑期· 1988∼2093)와 이어지는 붕괴와 대이동기(20732093)에 나타날 사건들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러면서 현대 문명 자체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화석연료의 남용을 든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서양 기득권층을 떠받치는 ‘탄소연소 복합체’는 시장을 맹신하며 규제라면 무엇이든 거부한다. 석유회사, 대규모 건설사,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 업계 등으로 이루어진 탄소연소 복합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두뇌집단’을 구성하여 기후변화를 이상론에 근거한 하잘것없는 궤변이라고 치부한다. 경제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선진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 믿고 있다.
적절한 규제와 개입을 하지 못했던 서양 문명은 결국 ‘대붕괴’를 맞게 된다는 시나리오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울러 서구 민주 세계의 정부들이 재편되면서 과거 왕정 체제 같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저자들은 미국과 더불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이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것에 한가닥 희망을 건다.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저자들의 논리가 다소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과학자들이 축적한 통계와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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